음성언어가 음성으로 표현되고 청각으로 이해되는 체계임에 비해 수화는 손 운동 등으로 표현되고 시각으로 이해되는 체계이다. 또한 수화는 음성언어에 비해 조사나 어미와 같은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는 형태소가 발달되지 않아서 주로 어순이나 수화의 맥락 등에 따라 그 문장성분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예쁘다} {꽃}*’의 순서로 수화하면 {예쁘다}가 어미의 활용 없이 ‘꽃’을 꾸미는 관형어가 되지만, ‘{꽃} {예쁘다}’의 순서에서는 {예쁘다}가 서술어가 되는 것이다.


수화는 손을 사용하는 수지 신호와 손 이외의 얼굴이나 눈썹의 움직임, 입 모양 등의 비수지 신호로 의미를 전달한다. 비수지 신호는 수지 신호와 함께 자연스럽게 나타나며, 일반적인 음성언어 상황에서 사용되는 비언어적 요소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비언어적 요소가 의사소통 상황에서 발화자의 감정을 강조하는 보조적 역할에 그치는 데에 비해 비수지 신호는 문장 종결 등의 문법적인 역할까지 수행한다. 


 

(1)에서 비수지 신호는 수지 신호에 동반되어 수지 신호만으로 의미를 전달할 때보다 수화자(말하는 사람)의 감정이나 느낌을 더욱 강조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음성언어의 비언어적 요소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어에서는 의문형 종결 어미가 서술어의 어간에 결합되어 의문문이 된다. 그러나 ‘(2)-ㄱ’에서처럼 수화에서는 ‘{-ㅂ니까}’라는 수지 신호와 ‘의문’의 의미를 나타내는 비수지 신호를 함께 사용하여 의문형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수화 상황에서는 문장을 축약하는 특성이 있어 ‘(2)-ㄴ’에서처럼 {-ㅂ니까}라는 수지 신호 없이 의문을 나타내는 비수지 신호만으로 의문형을 표현한다.


 

수화의 명령문은 (3)에서처럼 ‘눈썹을 올리고 입을 크게 벌림’ 등과 같은 비수지 신호로 나타낼 수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3)에서처럼 문장 끝에 있는 수지 신호와 함께 나타나는데, 특히 강하게 명령할 때에는 비수지 신호를 문장 처음에 있는 수지 신호에서부터 지속적으로 강하게 표현한다.


이렇듯 수화는 수지 신호와 비수지 신호가 함께 의미를 전달하는  의사소통 방식이자, 시각적 신호와 의미의 대응 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언어 체계이다.


* { } : 수지 신호임을 알려주는 표시.   

*     : 수지 신호 중 밑줄이 표시된 부분은 수지 신호와 비수지 신호가 함께 지속되는 부분임을 알려주는 것임.


― 윤병천, 「한국수화의 비수지신호에 대한 언어학적 특성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