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공명성은 소리가 멀리까지 울리는 성질을 의미한다. 동일한 길이, 강세, 높이로 소리를 낼 경우 공명성이 큰 말소리는 그렇지 않은 말소리보다 더 멀리까지 정확하게 들린다. 입이나 코 또는 성문(聲門)이 더 많이 열리면서 소리를 동반하는 공기의 흐름이 방해를 덜 받기 때문이다.


음운 중에는 모음이 자음에 비해 공명성이 훨씬 크다. 자음 중에는 혀 주변이나 코로 공기가 흐르며 소리가 나는 유음(ㄹ), 비음(ㅁ,ㄴ,ㅇ)이 공명성이 크다. 혀, 치아, 입술 등에 의해 공기가 막혔다 터지거나 좁은 곳을 흐르며 심한 장애를 받는 마찰음(ㅅ), 파찰음(ㅈ), 파열음(ㅂ,ㄷ,ㄱ)은 공명성이 작다. 공명성의 크기를 측정해 공명도를 나타낼 수 있는데, 비음부터는 공명음, 나머지는 장애음이라고 한다.


 

우리말 음절은 기본적으로 음운들이 결합해 이뤄지기 때문에 음절 내에서 공명도 변화가 나타난다. 음운들이 각각의 공명도를 지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먹’은 세 개의 음운, 즉 초성에 비음 ‘ㅁ’, 중성에 모음 ‘ㅓ’, 종성에 파열음 ‘ㄱ’ 이 모여 음절을 이루므로 음절 내에서 공명도 변화가 비교적 크게 나타난다. ‘물’은 비음 ‘ㅁ’, 모음 ‘ㅜ’, 유음 ‘ㄹ’이 결합하고 있으므로 ‘먹’보다는 음절 내의 공명도 변화가 상대적으로 작다. 음절 내의 공명도 변화를 다음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먹’과 ‘물’ 두 음절이 이어지면, 자음동화 현상이 일어난다. 그 결과 선행 음절 종성에 있는 파열음 ‘ㄱ’이 비음 ‘ㅇ’으로 변해 [멍물]로 발음되는데, 이는 선행 음절 종성의 공명도에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이러한 음운 변동을 거치며 선행 음절 종성의 공명도가 후행 음절 초성의 공명도만큼 올라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먹물→[멍물]’에서 나타나는 음운 변동 현상을 ‘비음화’라고 하는데, 이는 공명도 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 음절과 음절이 만날 때에는 발음의 편의를 위해 특정 음운이 변동되면서 음절 간의 공명도 차이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먹물’처럼 장애음과 비음이 음절 경계에서 만나 선행 음운의 공명도가 후행 음운보다 낮은 경우에는, 후행 음운이 선행 음운보다 높은 공명도로 시작하는 것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때 선행 음운인 장애음이 비음으로 바뀌면 선행 음운의 공명도가 높아지면서 음절 간 공명도 차이를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하호빈, ‘음절 구조와 공명도를 통한 국어 자음동화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