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언은 어간과 어미로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용언이 활용 할 때 변하지 않는 부분을 어간이라 하고 변하는 부분을 어미라 한다. ㉠ 용언은 서술어뿐 아니라 주어, 목적어, 관형어, 부사어 등 여러 문장 성분으로 쓰이면서 다양한 문법적 기능을 한다. 이러한 문법적 기능은 주로 어미에 의하여 나타나게 되므로 국어 문법 연구에서 어미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미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미를 그와 유사한 것들 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조사와 비교해 볼 때 어미 와 조사는 모두 홀로 쓰일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어미는 항상 어간과 결합하여 쓰이므로 그 선행 요소인 어간도 독립적으로 쓰일 수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학교 문법 에서는 어미를 단어로 인정하지 않고 그에 따라 별도의 품사로 설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간 +어미’ 전체가 한 단어로 취급 된다. 이에 반해 조사는 홀로 쓰이지는 못하지만 ㉢ 조사의 앞에 결합하는 요소(주로 체언)가 단독으로 쓰일 수 있고 문맥에 따라 조사의 생략도 가능하므로 선행 요소와 분리되기가 쉽다. 이 점을 고려하여 조사는 단어로 인정하여 별도의 품사로 설정 한다.


홀로 쓰이지 못한다는 공통점은 어미와 접미사 사이에서도 발견된다. 더욱이 접미사 중에는 어간 뒤에 결합하는 것들이 있어 어미와 혼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어미와 접미사는 새로운 단어를 생성하는지 여부로 구별할 수 있다. ‘읽었고, 읽겠습니다, 읽었느냐, ……’와 같이 용언 어간 ‘읽-’에 어떤 어미들이 결합하더라도 그것은 ‘읽다’라는 한 단어의 활용형일 뿐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활용형들은 별도의 단어가 아니므로 일일이 사전에 등재하지 않으며, 활용형 중 어간에 평서형 종결 어미 ‘-다’를 결합한 것을 기본형이라 하여 이것만을 사전에 표제어로 등재한다. 이에 반해 접미사는 어미와 달리 새로운 단어를 파생시키며 이 단어는 사전에 등재한다. ㉣ 파생된 단어의 품사가 파생 이전과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가령 동사 어간 ‘먹-’에 사동 접미사 ‘-이-’가 결합하면 ‘먹이다’라는 새로운 동사가 만들어지는데, 이때는 파생 전과 후가 모두 동사 여서 품사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명사 파생 접미사 ‘-이’가 결합하면 ‘먹이’라는 명사가 되어 품사가 바뀐다. 또한 ㉤ 어미는 대부분의 용언 어간과 결합할 수 있는 데 비해 접미사는 결합할 수 있는 대상이 제한된다는 점에서도 차이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