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들은 의미를 중심으로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여기서는 단어의 의미가 종적으로 대치되는 의미의 계열 관계를 중심으로 단어의 유의 관계를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유의 관계는 의미가 같거나 비슷한 둘 이상의 단어가 맺는 의미관계를 말하며, 그 짝이 되는 말들은 ‘동의어’ 혹은 ‘유의어’라고 한다. 실제로 의미가 같고 모든 문맥에서 치환이 가능한 ‘동의어’는 그 수가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유의 관계의 대부분은 개념적 의미의 동일성을 전제로 한 ‘유의어’를 가리킨다.


동일한 지시 대상을 가리키는 유의어는 다섯 가지 양상으로 대별되는데 표준어와 방언, 고유어와 외래어, 일반어와 특수어, 긍정어와 부정어, 직접어법과 완곡어법에 따라 유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들이다.


(표준어 : 방언) 국물 : 말국, 옥수수 : 강냉이

(고유어 : 외래어) 이 : 치아, 술 : 약주

(일반어 : 특수어) 소금 : 염화나트륨, 반찬 : 부식 

(긍정어 : 부정어) 흑인 : 깜둥이, 절약가 : 노랭이

(직접어법 : 완곡어법) 죽다 : 돌아가다, 변소 : 화장실


개념적 의미가 동일한 유의어라 하더라도 구체적 문맥을 고려하면 의미 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다양한 문맥에서 개념적 의미가 동일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한정된 문맥에서만 그런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두 단어 간에 의미 차이가 나타난다. 한정된 문맥에서만 개념적 의미가 동일한 단어도 포괄적 의미에서 유의어라 할 수는 있지만, 다양한 문맥에서 그러한 경우와 비교할 때 유의성의 정도가 다르다.


유의 관계를 알아보는 데는 교체 검증, 대립 검증, 배열 검증의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첫째, 문맥 속에서 한 단어를 다른 단어로 바꾸어 보는 교체 검증의 방법을 쓸 수 있다. ‘달리다’와 ‘뛰다’의 경우, ‘학교를 향해 달렸다/뛰다’는 동일한 사태를 나타낸다. 하지만 ‘기차가 달린다/*뛴다’(*는 비문임을 표시함.)와 같은 문장을 보면 ‘기차가 달린다’는 가능하지만 ‘기차가 뛴다’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동일한 사태를 나타낸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이들은 한정된 문맥에서만 개념적 의미가 동일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둘째, 대립어를 사용하여 두 단어의 의미 차이를 밝히는 대립 검증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맑다 - 깨끗하다’의 경우, ‘물, 공기, 시야’ 등과의 결합에서 그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데, 이들과 대립 관계에 있는 ‘흐리다 - 더럽다’를 대비시키면 ‘맑은 물/ 흐린 물’, ‘깨끗한 물/ 더러운 물’에서 보듯이 ‘흐리다’와 ‘더럽다’의 거리만큼 ‘맑다’와 ‘깨끗하다’에도 의미 차이가 있음이 드러난다. 즉 ‘흐린 물’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더러운 물’이라고 단정할 수 없듯이 ‘맑은 물’이라고 반드시 ‘깨끗한 물’이라고 생각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셋째, 유의성의 정도가 모호한 단어들을 하나의 계열로 배열하는 배열 검증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실개천 -개울-시내-내-하천-강-대하’에서처럼 관련된 단어들을 하나의 축으로 배열하게 되면 ‘개울’과 ‘시내’에도 미세한 의미 차이가 드러난다.


유의어는 동일한 개념 영역에 대해서 서로 다른 형태를 갖고 있으므로 상호간에 경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그 경쟁 관계를 해소시키는 방향으로 이들은 변화하게 된다.


― 김광해, '국어지식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