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수사학에서는 환유(換喩)를 비유법의 한 종류로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환유와 같은 다양한 비유법을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 인간이 지닌 인지(認知)의 기본적 특성의 하나로 밝혀지면서 비유법은 여러 언어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도 이용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비유법을 활용할 줄 아는 인지 기제(機制)가 있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환유적 표현을 무리 없이 이해하거나 우리의 경험이나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


환유는 인접성(隣接性)을 바탕으로 사물이나 관념을 지칭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가령 ‘주전자가 끓고 있다’는 표현에서 실제 끓고 있는 것은 주전자의 물이지만, ‘주전자’라는 용기(容器)의 이름이 그 내용물을 지칭한다. 이러한 지칭 기능은 지시물 사이의 인접성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주전자가 끓고 있다’는 표현을 ‘물이 끓고 있다’로 이해하는 것은 ‘주전자’와 ‘물’ 사이에 밀접한 인접성이 있어서 의미 연상을 통한 의미 전이(意味轉移)가 신속하고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인접성에 의한 의미 전이로 인해서 환유는 일상 언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대체적으로 ‘확대 지칭’과 ‘축소 지칭’으로 구별된다. 확대 지칭은 부분으로 전체를 지칭하는 것이며, 축소 지칭은 전체로 부분을 지칭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손이 모자라다’에서는 신체의 부분인 ‘손’으로 ‘일꾼’을 확대 지칭하며, ‘온 동네가 기뻐했다’에서는 전체인 ‘동네’로 ‘동네 사람’을 축소 지칭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직설적인 표현 대신 이러한 환유 표현을 사용할까? 언어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만일 우리가 전체로 부분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면 시간과 노력을 적게 들이고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분으로 전체의 의미를 나타낼 수 있다면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의미가 훨씬 쉽게 지각될 수 있을 것이다.


환유가 사용된 표현을 살펴보면 의미가 불충분하거나 표현이 생략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표현이 의사소통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이유는 전체로 부분을 지칭하거나 부분으로 전체를 지칭하는 인간 인지의 융통성 때문이다. ‘차를 열다’ 또는 ‘차를 수리하다’의 경우, 이를 차의 문이나 트렁크를 열거나 차의 부품을 수리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실제의 사물을 구성하는 여러 다른 면을 자유 자재로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차’라는 전체로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환유의 지칭 기능이 모든 조건에서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환유의 지칭 기능은 다분히 상황 의존적이다. 동일 한 낱말이 환유적으로 쓰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며, 환유적으로 쓰인다고 해도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환유 표현이 자연스럽게 쓰일 수 있으려면 화자와 청자 사이에 상황에 대한 공유(共有)된 지식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