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시제


시제란 발화시를 기준으로 사건시의 선후 관계에 따라 과거, 현재, 미래를 구분하는 문법 범주를 가리킨다. 이때 발화시는 말하는 시점을, 사건시는 사건이 일어나는 시점을 말한다. 


과거 시제는 일반적으로 사건시가 발화시에 선행하는 시간 표현으로 규정되는데, 선어말 어미 ‘-았-/-었-’과 관형사형 어미 ‘-(으)ㄴ’ 등을 통해 실현된다. 그리고 ‘어제’, ‘옛날’과 같은 시간 부사어와 결합하여 그 의미가 구체화되기도 한다. 현재와 단절된 상황이나 먼 과거는 ‘-았었-/-었었-’을 통해 표현되기도 한다. 과거 시제 선어말 어미 중 ‘-더-’는 발화자가 과거에 경험한 일을 회상할 때 쓰이는데, 주어가 1인칭인 경우 쓰임에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았-/-었-’이 사용되었다고 해도 경우에 따라 사건시가 발화시와 일치하는 현재의 일이나 사건시가 발화시 이후인 미래의 일을 표시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 


현재 시제는 일반적으로 사건시와 발화시가 일치하는 시간표현이다. 동사의 경우 선어말 어미 ‘-는-/-ㄴ-’을 통해, 형용사와 서술격 조사의 경우에는 선어말 어미 없이 현재 시제를 표현한다. 또한 관형사형 어미 ‘-는’, ‘-(으)ㄴ’을 통해서도 현재 시제를 표현할 수 있으며, ‘지금’과 같은 시간 부사어와 결합하여 그 의미가 구체화되기도 한다. 현재 시제가 사용된 표현은 보편적인 사실과 미래에 예정된 일을 나타낼 때에도 사용된다. 


미래 시제는 사건시가 발화시 이후인 시간 표현이다. 이를 표현하는 선어말 어미로는 보편적으로 ‘-겠-’이 사용되며, ‘-(으)리-’가 사용되어 예스러운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리고 관형사형 어미로는 ‘-(으)ㄹ’이 사용된다. 미래 시제는 ‘내일’과 같은 시간 부사어와 결합하여 의미가 구체화되기도 한다.


중세 국어도 과거, 현재, 미래의 삼분 체계를 가진다는 점에서 현대 국어와 동일하다. 다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었다. 중세 국어에서 동사의 경우, 과거 시제는 선어말 어미 없이 표현하거나 선어말 어미 ‘-더-’를 사용하여 표현하였다. 중세에는 ‘-더-’가 현대 국어와는 달리 모든 인칭에 두루 쓰였으며, 1인칭 주어와 함께 쓰이는 경우에는 ‘-다-’로 나타났다. 현재 시제는 선어말 어미 ‘-나(아래 아)-/-ㄴ-’을 써서 표현하였으며, 이는 보편적인 사실을 나타내기도 한다. 미래 시제는 ‘-리-’를 써서 표현하였다.


― 고영근, <표준문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