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의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가) 

언어는 그것을 사용하는 언중(言衆)의 역사와 생활을 반영한다. 그러기에 ㉠언어를 문화의 색인(索引)이라고까지 말한다. 한 민족은 그 민족 나름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지니고 있으며, 독특한 사상, 감정 및 사고 방식도 아울러 지닌다. 이들은 그대로 언어에 반영되는데, 어휘 부문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국어의 어휘상의 특질 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량의 한자어들이 들어와 한자어가 전체 어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한자는 대략 기원전 3세기경에 이 땅에 전래되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7세기경에는 이미 널리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신라 22대 지증왕 때와 35대 경덕왕 때에 각각 ㉡인명과 지명 등을 한자어로 바꾸었다. 이러한 한자어는 그 후 고려 시대에 불교, 조선 시대에 유학이 융성함에 따라 더욱 많이 사용되었다. 


둘째, 우리말에는 감각어가 매우 발달되어 있다. 우리 민족은 정서적이고 감각적인 편이었다. 이러한 특징이 언어에 반영되어 우리말에 감각적인 어휘가 풍부하게 발달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란색을 나타내는 말만 하더라도 매우 다양하다. 노란색을 나타내는 말이 영어에서는 ‘yellow' 하나 정도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국어의 감각어가 얼마나 다채롭게 발달되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셋째, 상징어의 발달을 들 수 있다. 상징어는 주로 소리, 동작 형태를 모사하는 것으로서,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표현 수단의 하나이다. 상징어는 국어에 특히 발달되어 있고, ㉢음상의 차이에 의해 다양하게 분화될 수 있다.


(나) 

우리말의 특징을 고려하여 우리말을 표현력이 더욱 풍부한 언어로 만들려면 언어를 사용하는 구성원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말의 표현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어휘와 관련되는 것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표현력을 높이려면 우선 어휘의 절대량을 늘리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합성법을 사용하거나, ‘-보, -쟁이’ 등 파생 접사를 이용한 파생법을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어휘의 절대량을 늘리기 위해 외래 요소를 받아들이기도 한다. 우리가 오랫동안 한문을 사용해 온 까닭으로 우리말에는 다량의 한자어가 들어와 있다. ㉤우리 민족은 한자어를 받아들이되 우리식 한자음으로 읽었으며, 한자어 명사나 부사에 ‘-하다’를 붙여 우리말 조어 규칙에 맞는 동사로 만들어 받아들였다.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하다’, ‘다이내믹하다’처럼 영어의 형용사에 ‘-하다’를 붙여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기도 한다. 또 우리말에 발달한 의성어나 의태어를 새로 만드는 것도 부분적으로 가능하다. 사전에는 ‘사르르’만 실려 있는데, 실제 발화에서는 ‘사르르르’, ‘사르르르르’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소설류에는 ‘나훌나훌’, ‘필릴리’ 등 기존 사전에 없는 상징어들이 등장하는데, 이 중 일부는 개인이 만든 것일 수 있다. 새로 만들어진 어휘들은 이후에 사회적인 공인을 얻어 사전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어휘의 절대량을 늘리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기존 어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일이다. 예를 들면 방언이나 옛말 등을 찾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어촌 지역에서 주로 쓰이던 ‘하늬바람’이 시어 등에 자주 사용되면서 널리 쓰이게 되었고, ‘가람, 뫼’ 등 옛말 어휘가 오늘날 인명, 상표명 등에 쓰이기도 한다. 이처럼 이미 우리말에 존재하던 어휘들이 새롭게 쓰이면서 정서적인 의미를 추가로 가지게 되어 우리말의 표현력을 높이는 데에 기여하기도 한다.


(2002년 | 2003학년도 대수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