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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사고란 주어진 ㉠틀에 따라 기계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슨 사고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능동적으로 의식하면서 사고하는 행위이다. 즉, 어떤 사고를 할 때 무슨 사고를 했는지, 그 사고의 목적이 무엇인지 등을 끊임없이 스스로 묻는 반성적 사고인 것이다. 반성적 사고를 통해 획득된 지식은 상황에 맞도록 변형, 결합, 분석, 종합할 수 있는 상황 적응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활용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반성적 사고의 체화(體化)를 통해 궁극에 도달하면 창의적 사고가 가능해진다.


이제 반성적 사고란 무엇인지, 그 효용성을 보여줄 수 있는 예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다음 덧셈에서 알파벳 문자는 각각 무슨 숫자를 나타내는가? (단, 각 알파벳 문자는 0에서 9사이의 어떤 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구나 다 덧셈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덧셈식1]을 푼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문제를 푼 사람들의 사고 과정을 보면, 그 과정은 대체로 반복적인 덧셈 경험을 토대로 “일의 자리 두 수를 더하면 그 수는 18을 넘지 못한다.”라는 결론에 도달한 후, 이것을 통해 “일의 자리 두 수를 더하면 십의 자리로 올라갈 수 있는 수는 1밖에 없다.”라는 반성적 사고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즉, 암기하여 기계적으로 덧셈 계산을 반복한 사람은 문제를 풀지 못하고 반성적 사고를 한 사람이 문제를 푼 것이다.


[덧셈식2]는 [덧셈식1]의 난이도 수준을 대폭 높인 응용문제이다. 반성적 사고를 통해 [덧셈식1]을 푼 사람은 아마도 [덧셈식2]도 이 반성적 사고를 통해 풀 수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지식에 대한 반성적 사고의 체화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덧셈의 지식을 암묵적으로 이해는 하고 있으나(또는 명시적으로 이해를 하고 있기는 해도 그것이 수동적으로 얻어졌기 때문에) 그 반성적 사고의 체화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지식이나 원리의 능동적 발견이 용이하지 못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고려해야 할 복잡한 경우의 수를 모두 다 헤아리지 못하고 중도 하차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단순히 반성적 사고로 얻은 지식이나 원리의 이해만을 가지고는 활용 가능성이 극대화된 지식을 산출해내지는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창의력을 위해서는 먼저 유사 응용문제 풀이를 반성적 사고 속에서 반복적으로 수행하여 반성적 사고의 체화 단계에까지 도달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특정 영역에서 습득한 원리를 전혀 다른 새로운 영역에다 적용할 수 있는 ㉡영역 전이적 통찰력을 확보해야 한다. 다시 말해, 단순 지식의 차원을 넘어 반성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푸는 동시에, 그 반성적 사고를 체화하여 다른 영역에까지 적용할 수 있을 때 창의력을 얻을 수 있다.


― 김영정, ‘비판적 사고와 학습 3단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