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윤리학 (26)

독서/인문

권도와 상도(2022, 고3, 4월)

도덕적 규범을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하여 실천할 때,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에서 선택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유학에서는 이런 문제를 ‘상도(常道)’와 ‘권도(權道)’로 설명하고 있다. 상도는 일반 상황에서의 원칙론으로서 지속적으로 지켜야 하는 보편적 규범이고, 권도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상황론으로서 그 상황에 일시적으로 ⓐ 대응하는 개별적 규범이다. 도(道)는 인간 존재의 형이상학적 원리와 인간이 생활 속에서 따라야 하는 행위 규범을 동시에 담는 개념이다. 상도는 도를 인간의 도덕적 원리로 연결한 인(仁), 의(義), 예(禮)와 같은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도덕규범이다. 상도를 근거로 상황 변화에 알맞게 대응할 때 도가 올바르게 구현될 수 있는데, 이때 권도가 필요할 수 있다. 맹자는 권도를 일종의 도덕적 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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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펠드가 주장한 권리의 범주(2020, 고3, 10월)

호펠드는 권리 개념이 생각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엄밀하게 사용되지 않을 경우 잘못된 추론이나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X가 상대방 Y에 대하여 무언가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는 진술이 의미하는 바를 몇 가지 기본 범주들로 살펴 권리 개념을 이해해야 권리자 X와 그 상대방 Y의 지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리의 기본 범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청구권이다. 이는 ㉠ Y가 X에게 A라는 행위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면 X는 상대방 Y에 대하여 A라는 행위를 할 것을 법적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호펠드는 청구가 논리적으로 언제나 의무와 대응 관계를 이룬다고 보았다. 가령 X는 폭행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졌는데, Y에게 X를 폭행하지 않을 의무가 부과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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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의 자연학과 윤리학(2019, 6월모평)

고대 그리스 시대의 사람들은 신에 의해 우주가 운행된다고 믿는 결정론적 세계관 속에서 신에 대한 두려움이나, 신이 야기한다고 생각되는 자연재해나 천체 현상 등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다. 에피쿠로스는 당대의 사람들이 이러한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고, 이를 위해 인간이 행복에 이를 수 있도록 자연학을 바탕으로 자신의 사상을 전개하였다. 에피쿠로스는 신의 존재는 인정하나 신의 존재 방식이 인간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보고, 신은 우주들 사이의 중간세계에 살며 인간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이신론(理神論)적 관점을 주장한다. 그는 불사하는 존재인 신은 최고로 행복한 상태이며, 다른 어떤 것에게도 고통을 주지 않고, 모든 고통은 물론 분노와 호의와 같은 것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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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의를 말한 대표적인 철학자들(2017, 고3, 7월)

정의(正義)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로 사회 구성원의 권리와 의무를 개개인에게 할당하고 이익과 부담을 분배하기 위한 기준이 된다. 그런데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관점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따라서 정의의 실현은 정의를 정의(定義)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사회 정의를 말한 대표적인 철학자로는 롤스, 노직, 왈처가 있다. 롤스는 공정으로서의 정의, 노직은 소유 권리로서의 정의, 왈처는 복합 평등으로서의 정의를 ⓐ주창했다. 롤스의 정의론은 공리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공리주의자들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기준으로 사회 전체의 효용성을 높이는 것이 옳다고 보았다. 그러나 롤스는 사회적 효용성을 증가시킨다는 명분 아래 개인의 자유가 무시될 수 있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는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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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과 실학의 세계관 차이(2016, 고3, 7월)

세계관이란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일관된 견해로 세계관의 차이에 따라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달리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성리학은 이(理)와 기(氣)의 개념에 바탕을 둔 세계관을 통해 도덕적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理)는 인간을 포함한 만물에 내재된 보편적인 이치나 원리를 말한다. 이러한 이(理)는 모든 사물에 본성으로 내재한다. 특히 성리학에서는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인 이치로서의 선한 본성이 선천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본다. 한편 성리학은 개개인의 도덕성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데에 차이가 생겨나는 이유를 기(氣)에서 ⓐ찾는다. 기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악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개인의 도덕성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자칫 악으로 흐를 수 있는 기를 다스리기 위한 부단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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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감정의 핵심, 동감(2016, 고3, 3월)

자유로운 개인들이 모인 사회에 질서와 조화를 보장하는, 인간에 내재하는 숨은 성질은 무엇인가? 18세기 영국에서는 이 문제에 접근하는 두 흐름이 있었는데, 하나는 개인의 이성에서 사회 질서의 원리를 찾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개인에 내재하는 선천적인 도덕 감정에 주목하는 것이었다. 후자에 속하는 아담 스미스는 도덕 감정의 핵심을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동감 능력이라고 보았다. 그가 말하는 동감은 관찰자가 상상에 의한 역지사지를 통해 행위자와 감정 일치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는 공평한 관찰자는 행위자가 직면한 상황과 처지 속에서 자신이라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행위를 할 것인가를 상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실제로 관찰되는 행위자의 감정 및 행위와 비교하여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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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운과 도덕적 평가(2015, 수능B)

우리 삶에서 운이 작용해서 결과가 달라지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외적으로 드러나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의무 윤리’든 행위의 기반이 되는 성품에 초점을 맞추는 ‘덕의 윤리’든, 도덕의 문제를 다루는 철학자들은 도덕적 평가가 운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생각처럼 도덕적 평가는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운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통제할 수 없어서, 운에 따라 누구는 도덕적이게 되고 누구는 아니게 되는 일은 공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철학자들은 운에 따라 도덕적 평가가 달라지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주장하고, 그런 운을 ‘도덕적 운’이라고 부른다. 그들에 따르면 세 가지 종류의 도덕적 운이 거론된다. 첫째는 태생적 운이다. 우리의 행위는 성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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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윤리학의 도덕 실재론과 정서주의(2015, 6월모평A)

우리는 일상에서 ‘약자를 돕는 것은 옳다’와 같은 도덕적 판단을 한다. 이렇게 구체적 행위에 대한 도덕적 판단 문제를 다루는 것이 규범 윤리학이라면, 옳음의 의미 문제, 도덕 적 진리의 존재 문제 등과 같이 규범 윤리학에서 사용하는 개념과 원칙에 대해 다루는 것은 메타 윤리학이다. 메타 윤리학에서 도덕 실재론과 정서주의는 ‘옳음’과 ‘옳지 않음’의 의미를 이해하는 방식과 도덕적 진리의 존재 여부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친다. 도덕 실재론에서는 도덕적 판단과 도덕적 진리를 과학적 판단 및 과학적 진리와 마찬가지라고 본다. 즉 과학적 판단 이 ‘참’ 또는 ‘거짓’을 판정할 수 있는 명제를 나타내고 이 때 참으로 판정된 명제를 과학적 진리라고 부르는 것처럼, 도덕적 판단도 참 또는 거짓으로 판정할 수 있는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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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의 수양론(2015, 고2, 11월)*

유교에서 ‘성인’은 인간이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순자는 누구나 ㉠ ‘심(心)’을 수양하면 이러한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수양론에는 인간이 이상적 상태에 이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 경주(傾注)해야 하는지가 제시되어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심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알아야 한다. 순자에 따르면 심은 도덕적 행위의 기준이 되는 ‘도(道)’를 인식하고 실천하는 주체이다. 즉 심은 인간의 욕망을 다스려 인간이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심은 불안정하여 외부 사물에 방해를 받아서 ⓑ 편견(偏見)에 빠지기 쉽다. 인간의 심이 편견에 빠지면 도를 제대로 보지 못해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주체가 되지 못한다. 순자는 이렇게 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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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에 관한 노자의 견해(2016, 고2, 3월)*

노자의 『도덕경』을 ⓐ 관통하고 있는 사고방식은 “차원 높은 덕은 덕스럽지 않으므로 덕이 있고, 차원 낮은 덕은 덕을 잃지 않으므로 덕이 없다.”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말에서 노자는 ‘덕스럽지 않음’과 ‘덕이 있음’, ‘덕을 잃지 않음’과 ‘덕이 없음’을 함께 서술해 상반된 것이 공존한다는 생각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명(名)’에 대한 노자의 견해와 맞닿아 있다. 노자는 하나의 ‘명(A)’이 있으면 반드시 ‘그와 반대되는 것 (~A)’이 있으며, 이러한 공존이 세계의 본질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명’은 대상에 부여된 것으로 존재나 사태의 한 측면만을 규정할 수 있을 뿐이다. “있음과 없음이 서로 생겨나고, 길고 짧음이 서로 형체를 갖추고, 높고 낮음이 서로 기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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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에 대한 맹자·순자·한비자의 입장(2016, 고2, 6월)

욕망은 무엇에 부족함을 느껴 이를 탐하는 마음이다. 춘추전국시대를 살았던 제자백가들에게 인간의 욕망은 커다란 화두였다. 그들은 권력과 부귀영화를 위해 전쟁을 일삼던 현실 속 에서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그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탐구하였다. 먼저, 맹자는 인간의 욕망이 혼란한 현실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보았다. 욕망이 과도해지면 사람들 사이에서 대립과 투쟁이 생기기 때문이다. 맹자는 인간이 본래 선한 본성을 갖고 태어나지만, 살면서 욕망이 생겨나게 되고, 그 욕망에서 벗어 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는 욕망은 경계해야 하지만 그 자체를 없앨 수는 없기에, 욕망을 제어하여 선한 본성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가 욕망을 제어하기 위해 강조한 것이 ‘과욕(寡慾)’과 ‘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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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러의 감정 윤리학(2016, 고2, 9월)*

칸트는 ‘인간(人間)’이란 이성을 바탕으로 자신이 지켜야 할 도덕 법칙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실천 능력’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도덕적 인간성을 ‘인격(人格)’이라 불렀고, 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것이라 보았다. 셸러는 칸트의 이러한 견해가 인간의 감정은 배제하고 이성만을 강조하였으며, 인간의 개별성을 간과하고 인간을 몰개성적인 존재로 보았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인격 개념을 제시하였다. 셸러는 인간의 감정을 강조하면서 인격은 인간으로 하여금 어떠한 가치를 지향하게 하는 감정작용의 통일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셸러의 인격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치와 감정에 관한 셸러의 논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셸러는 가치가 경험 이전에 존재하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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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調和)로서의 '정의'(2014, 고3, 4월A)^

고대 그리스인들은 ‘정의(正義)’를 우선적으로 ‘조화(調和)’로 받아들였다. ‘調’와 ‘和’는 여러 가지 것들이 서로 잘 어울리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정의는 바로 그런 의미를 갖게 된다. 더 나아가 그들은 대립자들의 조화가 정의를 가져온다고 생각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세계가 어둠과 밝음, 어른과 아이 등과 같은 대립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고, 이들 사이에는 항상 갈등과 투쟁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대한 그들의 고민이, 정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 기본적인 맥락이다. 아낙시만드로스가 말한 ‘우주의 질서’는 조화로서의 정의 개념을 반영하고 있다. 그는 우주를 구성하는 물, 불, 공기, 흙이라는 원소들이 비슷한 힘을 가지고 서로 역동적으로 작용하여 정의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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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 실천적 책임의 윤리학(2013, 고3, 10월B)

(가) 정약용 유학 사상의 핵심은 주체의 자유의지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측은지심(惻隱之心)처럼 인간이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도덕 감정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주체의 자율적 의지나 결단을 통해서만 도덕 감정도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나) 선천적인 도덕 감정을 긍정한다는 점에서 정약용은 주희의 논의를 수용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 자체를 선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는 주희로부터 벗어나 있다.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할 때 인간에게는 항상 측은지심이라는 동정심이 생기는데, 주희는 이 측은지심이 인간 본성의 실현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그에게는 측은지심이 마지막 결과이고 인간 본성이 원인이 되는 셈이다. 이와 달리 정약용은 측은지심을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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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의미와 레비나스 윤리학(2013, 고3, 10월A)

인간의 삶에서 고통의 의미를 찾기 위한 질문은 계속되어 왔다. 이에 대한 철학적 해답으로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변신론(辯神論)이다. 변신론이란 무고한 자의 고통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이 정의로움을 보여주고자 하는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고통은 선을 더 두드러지게 하고 더 큰 선에 기여하므로, 부분으로서의 고통은 전체로서는 선이 된다. 응보론적 관점에서 고통을 죄의 대가로 보거나, 종교적 관점에서 고통이 영혼의 성숙을 위한 시련이라고 보는 설명들도 모두 넓게는 변신론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레비나스는 20세기까지 사람들을 지배해 온 변신론적 사고가 두 차례의 세계 대전, 아우슈비츠 대학살 등 비극적인 사건들로 인해 경험적으로 이미 그 설득력을 잃었다고 본다. 죄 없는 수백만 명이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