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Christian Lue  on  Unsplash

 

 

우리가 흔히 건반 악기라고 부르는 피아노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건반으로 연주하는 현악기이다. 건반과 연결된 해머가 현을 때리면 현이 진동하게 되고, 이 진동으로 생성된 음이 음향판에서 증폭되어 특유의 음색을 가진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그랜드 피아노를 기준으로 피아노에서 특유의 소리가 나기까지 어떤 것들이 관여하는지 살펴보자.


우선 피아노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액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 건반마다 하나씩 있는 액션은 크게 세 가지 역할을 한다. 우선 액션은 건반을 누른 힘보다 더 큰 힘으로 액션에 있는 해머가 현을 때리도록 하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둘째, 건반을 누를 때에는 해당 현의 댐퍼가 현에서 떨어지게 했다가 손을 건반에서 뗄 때 댐퍼가 현에 다시 붙게 한다. 건반을 누르고 있는 동안에는 해머에 의해 진동을 시작한 현이 계속 진동할 수 있게 하고, 그 건반에서 손을 떼면 댐퍼가 다시 현에 붙도록 하여 다른 현이 진동할 때 공명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셋째, 해머가 현을 때리는 즉시 액션은 해머를 현에서 이탈하게 한다. 액션이 이처럼 작동하는 이유는 만약 해머가 현을 때리고 곧바로 떨어지지 않거나, 해머가 현을 때린 후 그 반동으로 인해 제멋대로 움직인다면 해머의 방해로 현이 자유롭게 진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반 하나에 액션은 하나가 대응하지만 현은 그렇지 않다. 건반 하나에 같은 음높이로 조율된 여러 개의 현들이 대응하도록 제작되어 있다. 저음부에는 해머 하나에 같은 음높이의 현이 1∼2개씩 대응되어 있고, 중고음부에는 2~3개씩 대응되어 있어 해머가 한 번에 여러 개의 현을 때릴 수 있다.그에 따라 같은 음높이를 가진 현이 여러 개 진동하므로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진동은 현과 음향판을 잇는 역할을 하는 브리지를 거쳐 음향판으로 전달된다. 음향판은 현의 진동을 전달받아 공기와의 접촉면을 넓혀 음량을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음향판에는 향봉이 부착되어 있어 음이 음향판 전체에 고루 퍼질 수 있도록 하는데, 음향판의 모양은 피아노 특유의 음색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피아노의 페달 역시 페달을 밟고 있는 동안 특정 역할을 수행하여 음색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피아노의 세 페달 중 오른 쪽에 있는 페달을 ‘댐퍼 페달’이라고 한다. 이 페달을 밟으면 모든 현에서 댐퍼가 일제히 떨어지게 된다. 만약 댐퍼 페달을 밟고 건반을 누른다면 현의 진동은 건반을 누르지 않은 다른 현에도 공명을 일으킬 것이다. 또한 건반에서 손을 떼도 이 같은 현상이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이다. 그러므로 댐퍼 페달은 연주된 음을 지속적으로 울리게 하여 음향을 풍부하게 하고 음과 음 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효과를 낸다. 왼쪽 페달은 ‘소프트 페달’이라고 하는데, 이 페달을 밟으면 해머가 한쪽으로 조금씩 움직여서 해당 건반의 해머가 때리는 현의 수를 3현은 2 현으로, 2현은 1현으로 감소시킨다. 이를 통해 음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가운데 페달은 ᄀ‘소스테누토 페달’이라고 하는데, 이를 밟은 채 건반을 누르면 해머가 때린 현의 댐퍼만이 현에서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음색에 변화를 줄 수 있다.

 


― 이석원, 「음악음향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