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색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인상주의와 신인상주의 화가들은, 다양한 색을 통해 밝고 선명하게 대상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높은 명도*나 높은 채도*의 그림을 그리고자 했던 그들의 ㉠시도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들이 한계에 부딪힌 까닭은 무엇일까?


좌 <그림1>, 우 <그림2>



색은 빛의 파장에 의해 결정되는데,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빛의 파장 범위는 380~780nm로 이를 가시광선이라 한다. 가시광선은 파장 범위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하면 600~700nm대의 빨강(R), 500~600nm대의 초록(G), 400~500nm대의 파랑(B)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이를 색광의 3원색이라고 한다. <그림 1>처럼 색광의 3원색이 모두 섞이면, 즉 각 영역의 파장이 합쳐지면 흰색이 되고, 색광의 3원색 중 둘이 섞이면 중간색인 자홍, 청록, 노랑이 만들어진다. 이때 두 색을 섞어 흰색이 만들어지는 경우를 보색이라 한다. 즉 자홍의 보색은 초록, 청록의 보색은 빨강, 노랑의 보색은 파랑이다. 한편 자홍, 청록, 노랑은 색료의 3원색이 되는데, <그림 2>처럼 색료의 3원색이 모두 섞이면 검정이 되고, 둘이 섞이면 중간색인 빨강, 초록, 파랑이 만들어진다. 색료에서 보색은 두 색을 섞어 검정이 만들어지는 경우이다. 이렇게 색을 만들기 위해 여러 색광을 섞는 방법을 ‘가법 혼합’, 여러 색료를 섞는 방법을 ‘감법 혼합’이라고 한다.


가법 혼합의 원리는 스크린으로부터 동일한 거리의 세 지점에 있는 프로젝터에서 나온 백색광이 각각 빨강, 초록, 파랑의 필터를 통과하여 흰 스크린의 한 지점을 동시에 비추는 실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세 대의 프로젝터에서 백색광을 ㉡방출할 때, 각 필터를 통과한 광량이 동일하면 세 가지 색이 섞이는 지점은 흰색이 되고, 두 색이 만나는 지점은 각각 중간색이 나타나게 된다. 이때 3원색의 광량을 달리하면 다양한 색을 만들 수 있는데, 이를 수식화하면 ‘S(색)=rR+gG+bB’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r’은 빨강 필터를 단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광량을 세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각 광량의 합으로 나눈 값, 즉 빨강의 비율을 나타내는 값이다. 따라서 r, g, b의 합은 1이 되며, r, g, b를 ㉢조절하면 다양한 색을 만들 수 있다. 가법 혼합의 방식으로 만드는 색에 대한 다양한 정보는 <그림 3>과 같은 색 삼각형을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알 수 있다. 색 삼각형의 가로축은 빨강의 비율을, 세로축은 초록의 비율을 나타낸다. 파랑의 비율은 1에서 빨강과 초록의 비율의 합을 빼면 되므로 빨강과 초록이 0이 되는 지점에서 파랑의 비율은 1이 된다. 색 삼각형을 보면 두 색을 섞어 만들어 내는 혼합 색이 어떤 비율로 섞였는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두 색을 섞은 혼합 색은 두 색의 좌표를 연결한 선 위에 있는데, 색이 같은 비율로 혼합되면 혼합 색의 좌표는 선의 정중앙에 위치하며, 한쪽 색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으면 좌표는 비율이 높은 쪽에 가까워진다. 또 색 삼각형을 보면 혼합된 색의 채도를 짐작할 수 있다. 혼합 색의 좌표가 색 삼각형의 중심에 있는 흰색인 ⓐ에 가까워질수록 채도가 낮아지고, 삼각형의 변에 가까워질수록 채도가 높아진다. 또 색 삼각형을 통해 보색 관계도 파악할 수 있다. 한 꼭짓점에서 출발하여 ⓐ를 통과하는 직선을 그으면 반대쪽 변의 중간 지점에 닿게 되는데, 출발점과 도착점의 두 색은 서로의 보색이 된다.


<그림3>



감법 혼합의 원리는 한 개의 프로젝터에서 백색광을 자홍, 청록, 노랑의 필터를 연이어 통과시켜 흰 스크린에 닿게 하는 실험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백색광에서 필터의 색에 따라 특정 부분의 파장은 필터에 흡수되고 나머지는 투과된다. 색료의 3원색은 각각의 보색을 흡수한다. 자홍 필터는 초록, 청록 필터는 빨강, 노랑 필터는 파랑을 흡수하고 나머지를 투과시키는 것이다. 이때 투과율이 높을수록 밝고, 투과율이 낮을수록 어둡다. 화가가 물감을 섞는 것도 감법 혼합의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태양 빛과 같은 백색광이 물감의 입자에 닿으면 일부 파장 영역대의 빛은 흡수되고 나머지 파장 영역대의 빛이 반사되어 우리 눈에 특정한 색으로 보이게 된다. 화가가 빨강과 파랑 물감을 섞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빨강 물감의 입자에 백색광이 비치면 파랑과 초록 파장 영역대의 빛은 흡수되고 빨강 파장 영역대의 빛만 반사되는데, 이때 반사된 빨강 파장 영역대의 빛을 옆에 있는 파랑 물감의 입자가 흡수한다. 파랑 물감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식의 흡수와 반사 현상이 일어난다. 이렇게 빨강과 파랑 물감의 입자들은 서로가 반사하는 파장을 흡수하는데, 이 현상이 혼합된 물감 안에서 매우 여러 번 일어나 결국 빨강과 파랑보다 낮은 명도의 색이 나타난다. 이처럼 감법 혼합으로 만든 색은 원래의 색보다 명도가 낮아진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태양 빛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색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색의 물감을 섞어 사용했다. 모네는 그의 대표작인 ㉮<인상:해돋이>에서 물감을 섞어 만든 다양한 색으로 아침 안개 속의 태양 빛이 바다를 물들이는 순간적인 광경을 화폭에 담으려 하였다. 그런데 혼합된 물감의 색은 감법 혼합으로 인해 그리 밝지 않았다. 이에 신인상주의 화가들은 물감을 팔레트 위에서 섞지 않고 화폭에 일정한 크기의 작은 점을 병치하는 기법을 사용하였다. ㉤인접한 두 색에서 나오는 빛이 우리 눈에서 가법 혼합되어 제3의 색을 느끼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시냐크는 그의 대표작인 ㉯<우물가의 여인들>에서 화면에 무수히 많은 원색 점들을 찍어 병치함으로써 중간색을 표현하였지만, 물감으로 그린 그림이므로 크게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또한 시냐크는 보색을 나란히 배치하면 대비 효과로 인해 대상이 선명해 보이는 원리도 활용하였지만, 그의 의도와는 달리 멀리 떨어져서 그림을 보면 가법 혼합의 원리에 의해 보색이 혼합되어 오히려 흐릿하게 보였다. 이처럼 인상주의와 신인상주의 화가들의 노력은 한계에 부딪혔다. 하지만 색에 대한 이들의 탐구 정신은 후대의 화가들이 다양한 회화의 표현 방식을 찾는 데 영감을 주었다.


*명도: 색의 밝고 어두움을 나타내는 정도로서 방출하는 광량이 많을수록 높음.

*채도: 색의 선명함을 나타내는 정도로서 원색에 가까울수록 높음. 



― P.U.P.A. Gilbert / W. Haeberli, ‘가법 색 혼합과 감법 색 혼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