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술은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하도록 제조 공정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제조 공정의 일부를 서로 결합함으로써 대폭적인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혁신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17 세기에는 유럽 귀족들의 사치품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온갖 진열장에서 고층 건물의 외장재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되는 판유리의 경우가 그 좋은 예이다.


초창기 판유리의 제조 공정은 원료 배합 → 용융 → 성형 → 서랭* → 연마 → 광택의 과정을 거쳤다. 이 제조 방법은 각 공정이 서로 분리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숙련공 의존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생산 비용 또한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1880년경 탱크가마 기술이 개발됨으로써 판유리 제조 공정에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 판유리 제조에서 최초의 기술 혁신으로 손꼽히는 이 기술은 한 쪽에서 판유리의 원료를 주입하면 다른 쪽으로 액체 유리가 나와 주형(鑄型)으로 가도록 탱크가 마를 설계함으로써, 원료 배합과 용융을 하나의 공정으로 묶어 버렸다. 그 결과 생산성은 두 배로 향상되었고, 숙련공 의존도도 그만큼 감소하였다.


1959년경에 또 한 번의 도약이 있었는데, 필킹턴이라는 유리 제조 업체가 개발한 플로트 공정이 그것이다. ㉡이 공정에서는 탱크가마에서 나온 녹은 유리가 곧바로 주석 욕탕 위를 지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주석 욕탕 위를 통과하는 녹은 유리는 판유리 모양으로 성형되면서 점점 앞으로 나아가, 서랭 터널 속에서 롤러에 의하여 운반되어 절단되기 전의 상태로 배출된다. 주석 욕탕 덕분에 연마나 광택 과정이 필요 없어진 이 혁신적인 공정에서는 원료 배합 및 용융, 성형, 서랭의 세 단계가 연속적인 하나의 공정이 되었다. 그 결과 생산성이 현저히 증가하면서, 생산 라인의 길이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었고, 노동 비용의 80%, 에너지 비용의 50%를 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시도가 곧바로 수익성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 혁신 과정에서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거나 생각지도 못한 위험이 수반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필킹턴 사 경영진이 플로트 공정의 총개발비를 사전에 알았더라면 기술 혁신을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필킹턴 경(卿)의 회고는 이를 잘 보여 준다. 필킹턴 사는 플로트 공정의 즉각적인 활용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엄청난 투자 때문에 무려 12년 동안 손익 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기술 혁신의 과정은 과다한 비용 지출이나 실패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험난한 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기술 혁신에 도전했던 기업가와 기술자의 노력 덕분에 산업의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향상되었고, 지금 우리는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우리가 기술 혁신의 역사를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짚는 이유는, 그러한 위험 요인들을 예측하고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만이 앞으로 다가올 기술 혁신을 주도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 서랭(徐冷) : 서서히 냉각시킴.


― ‘기술 혁신의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