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시험 (이미지 출처, 디라이브러리 dl.dongascience.com)

 

조선 시대 과거는 왕이 유교적 정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는 중요한 시험이었다. 과거는 여러 단계로 진행되는데, 시험의 최종 단계인 전시(殿試)에서는 왕이 직접 등용될 인재들에게 당대의 현안들을 책제(策題)로 제시하고, 그 해결책을 묻는 시험을 치렀다. 책제로 제시된 현안은 당시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었다. 이 시험에서 예비 관리들은 현안 해결을 위한 다양한 ⓐ대책들을 글로 썼는데, 이 글을 ⓑ책문(策文)이라 한다.

 

책문은 왕이 제시한 책제에 답하는 글이기 때문에 일정한 형식에 따라 짓는다. 책문은 “신은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臣對].”라는 말로 시작하여 “식견이 부족한 저희를 불러, 조금이나마 나라에 도움이 될 말을 들을까 하며 시험을 내시니, 죽을 각오를 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와 같이 장황하면서도 공손하게 왕에 대한 찬사와 자신을 낮추는 겸사(謙辭)를 한다. 본문에서는 다양한 근거를 들어 책제에 대한 대책을 제시한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말들이지만 죽기를 각오하고 솔직한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식의 겸사를 반복하면서 “신이 삼가 대답합니다[臣謹對].”라는 예를 갖춘 말로 마무리한다.

 

또한 책문을 작성할 때 글쓴이는 유교 경전과 역사서에서 근거를 찾아 답한다. 선비들에게 유교 경전은 보편적 이념을 제시한 문헌이었고, 역사서는 그 이념의 현실적 성패를 기록한 문헌이었다. 그들은 이러한 문헌들을 인용하여 이상적인 사회는 어떠해야 하며, 왕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드러내었다.

 

조선 선비들은 유학을 익히고 인격을 수양하면서 경륜을 쌓고, 때가 되면 과거를 통해 자신의 포부를 세상에 펼치고자 하였다. 당시 지식인 계층이었던 선비들의 출사(出仕)는 유교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적 행동이었던 것이다. 책문은 출사의 최종 단계에서 왕에게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학식과 포부를 마음껏 펼치는 장이었다. 따라서 책문은 때로는 당대의 시대적 현안을 고민하고, 때로는 시대의 부조리를 고발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려는 ㉠선비들의 포부가 담긴 글이라 할 수 있다.

 

― 김태완,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