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라캉 Jacques Lacan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철학자인 자크 라캉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이어받아 새롭게 재창조했다. 그는 인간 존재에 대한 중요한 철학적 성찰을 정신분석학에 가미함으로써 현대 사상을 일군 핵심 인물들 중 한 사람이 되었다. 


라캉은 ‘거울 단계 이론’을 통해 자아의 자율성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밝히고자 했다. 그에 따르면 거울 단계란 어린아이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신체 ㉠이미지를 매개로 해서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외적 세계를 구성하는 단계이다. 대략 생후 6∼18개월 정도의 아이는 처음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외부 대상과 구별하지 못한다. 모든 것이 카오스처럼 하나로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는 자신의 이미지를 알아보게 되고 자신의 이미지에 매료되어 그것을 붙잡으려 하고 떠날 줄을 모른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거울 이미지는 이후 모든 심리 발달 단계에서 원형으로 작용한다.  


거울 단계의 경험이 보여주는 것은 인식의 기준이 되는 자명한 자의식이나 선험적이고 절대적인 자아는 없다는 것이다. 라캉에 따르면, 자아는 어느 순간 나의 이미지를 다른 대상 이미지로부터 분리하고 그것에 고착됨으로써 형성된다. 거울 단계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이미지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 이미지가 처음으로 자신의 가시화된 신체를 보여주면서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외부로 가시화된 이미지는 내 것이기도 하지만 실은 주체의 나르시시즘*이 투사된 타자적 대상이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단지 신체가 가시적 공간에 반영된 것으로 나와 마주해 나의 시선을 머물게 하는 그림자이며, 나의 내면을 보여주지 못하는 대상일 뿐이기에 주체에 대해 언제나 타자로만 머물며 이상화되기 쉽다. 결국 거울 단계는 매우 행복한 단계이지만, 허구적 구축이 이루어지는 단계이고 타자를 통해 자아가 구성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자기 소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라캉은 “주체가 스스로를 발견하고 제일 먼저 느끼는 곳은 타자 속에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타자는 실제 타자를 의미할 수도 있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주체가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대상은 주체의 타자다. 인간은 타자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을 때 주체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조적으로 인간의 욕망은 나의 것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과 그것이 겨냥하는 대상을 향하게 된다. 욕망은 순수하게 나의 내면적 의지를 표현하는 것 같지만, 타자에게 인정받으려 하고 타자가 욕망하는 것을 욕망한다는 점에서 소외의 표현이기도 하다. 자아가 타자라는 말은 이런 소외된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다. 


* 나르시시즘: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도취에 빠지는 일.


― 김석, <프로이트&라캉 - 무의식에로의 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