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프랑스 시민 혁명 후에 나온 인권 선언문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고 천명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법적인 평등권은 상당한 재산을 소유한 남성에게만 주어졌을 뿐이다. 시민혁명에 동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신분이 낮은 남성에게는 법적인 평등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프랑스 혁명 발발 2년 후인 1791년 올랭프 드 구즈를 중심으로 자유와 평등, 참정권을 주장하는 ‘여성 선언’이 발표되었고, 1792년 영국에서는 월스톤 크라프트가 여권옹호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나) 여성의 평등권에 대한 주장과 요구는 19세기에도 그대로 이어졌으나 여성이 법적인 시민권, 곧 보통 선거권을 획득한 것은 20세기 초의 일이다. 그 후 한동안 침체했던 여성 운동은 1960년대부터 다시 활성화되어 성 역할의 개선, 교육과 고용의 평등, 가사 노동의 가치 인정 등 여성의 자율과 평등에 관한 법률적 보장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더불어 여성 취업은 양적으로 늘어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어느 정도 상승되었다.


(다) 여성 문제에 관한 이론도 다양해지고 체계화되었다. 초기 여성 운동을 주도해 왔던 자유주의적 여성 해방론 외에 마르크스주의 여성 해방론, 사회주의 여성 해방론, 급진주의 여성 해방론 등이 새로이 출현하였고, 성 차별의 사회화에 관한 문제들이 사회학과 심리학 분야에서 발전적으로 논의되었다. 이로써 남녀의 능력 차이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교육에 의한 결과라는 사실이 이론적으로 뒷받침되었다. 또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녀의 성 역할과 성격 형성이 사회적, 문화적 특성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인류학 분야의 연구를 통해서 밝혀지기도 하였다. 그 결과 사회적 역할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본질적으로 더 우월한 존재는 아니며, ㉠‘여성 다움’과 ‘남성다움’이라는 고정 관념은 성 차별의 사회화 결과로서 그릇된 인간관을 형성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되었다.


(라) 그러나 이것으로써 남녀의 불평등 구조가 아주 개선된 것은 아니다. 남편은 생산 활동을 하고 부인은 가사를 전담하는 식으로 가정에서의 남녀 역할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는 한, 생산 활동에서 소외된 여성은 경제적으로 남성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는 경우에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많은 차별 대우를 받는다. 여성이 직업을 갖는 일이 점차 늘어 가고는 있으나, 여성의 노동력은 자본가의 필요에 따라서 이용되거나 버려지기 쉬운, 매우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다. 임금 역시 여성은 대체로 남성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의 조건 속에서도 일하지 않을 수 없는 대수수의 저소득층 여성들로서는 자본을 위해 값싼 노동력의 ㉡저수지 역할을 그만둘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생산 활동에 참여할 때에도 가사 노동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이들은 직장과 가정에서의 이중 역할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마) 오늘날 여성의 지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그렇지만 여성의 가치나 능력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잘못되어 있다. 사회의 구성이나 역할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이것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은 사회 구성원 각자의 인식 변화를 통하여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실질적인 남녀 고용 평등과 육아에 관한 법규를 개정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여성에 대한 편견 을 극복하기 위한 교육적인 노력도 병행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