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어떤 현상이나 사람들의 행위가 정상적이지 못하거나 기대한 바와 다를 때, 혹은 잘못 되었을 때, “문제가 있다.”라는 표현을 쓴다. 이 때 문제라는 말 속에는 분명 그 현상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부정적인 이미지는 홀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준거를 필요로 한다. 말하자면, 무엇에 비추어 볼 때 부정적이고 무엇과 비교했을 때 비정상적인가를 판가름해 줄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문제라는 개념이 등장할 때에는 이미 그 문제 상황을 바꾸려 하거나 바꿀 수 있다는 기대 또한 내포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 문제 상황은 개인적일 수도 있고 사회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회적 현상이 다 사회 문제로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감기에 걸렸다든지 일시적으로 실업자가 되었다 하자. 이것도 분명 문제 상황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여기에 사회문제라는 개념을 적용시키지는 않는다. 또한, 홍수라든가 가뭄 등은 ㉡자연적 재해라고 하지 그 자체를 사회 문제라고 정의하지는 않는다. 흔히 우리는 신문에서 빈부 격차의 문제, 노동 문제, 실업 문제, 교육 문제, 가족 해체, 인구 문제, 청소년 비행, 교통 체증, 주택 문제, 부동산 투기 등의 내용과 마주치게 되는데, 이 때 이것들이 중대한 사회 문제라는 사실을 곧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위에 열거된 상황들이 자연 현상에 관계되거나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정도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사회적 차원의 문제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위의 문제 상황들 중에는 오래 전부터 인식되어 온 것들이 있는 반면, 최근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부각되고 인식되는 문제들도 있다. 사회가 변화하고 복잡하게 됨에 따라 사회 문제로 포착되는 문제 상황들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 문제라는 용어 속에 포괄되는 구체적인 상황들은 필연적으로 역사성을 띨 수밖에 없다.


한편, 사회 문제의 ㉣개념적 규정을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객관적 상황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문제 상황이 모두 사회 문제로 규정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현상이 사회 문제라고 정의되기 위해서는 “문제되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다.”하는 주관적 가치 판단이 덧붙여져야 한다. 이렇게 해서 동일한 상황에 대한 ㉤주관적 판단의 상이성과 상대성으로 말미암아 문제로 파악되는 방식과 영역은 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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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