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관점을 지녀야 한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관점은 사람들이 맺는 관계에 주목하여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는 주로 어떤 개인과 그를 둘러싼 가족, 사회, 국가,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구속성과 영향력, 또는 어떤 개인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과 갖게 되는 이해관계나 상호 작용에 중점을 두어 사회 현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예를 들어, 위계와 차별을 핵심으로 한 유교적 인간관계가 사회조직으로 확산되면서 혈연, 지연, 학연 등 사적인 연고를 중시하는 태도로 바뀌어 나타났다는 견해가 있는데, 이때 연고주의의 원인을 유교적 인간 관계의 ㉠변질에서 찾았다면, 이는 관계를 중심으로 사회 현상을 분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구조를 중심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개인의 의지와 능력에 상관없이 존재하고 작동하는 사회의 체계나 구조에 관심을 둔다. 구조는 사회 전반을 포괄하는 거시적인 성격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권력, 부, 지식 등이 불균등하게 분배된 상황에서 쉽게 드러난다. 한 개인은 정치인, 관료, 자본가, 학자 등과 형식적으로는 평등한 관계에 있지만, 이들이 집단 혹은 제도로서 독점하는 자원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강제하고 억압하는 사회 구조 속에 있다면, 개인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사람들이 이 불균형을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시민 운동, 노동 운동과 같은 각종 사회 운동을 통해 조직적인 대응 방식을 모색 하기도 한다. 운명처럼 받아들이든 조직을 결성하여 사회 운동을 벌이든 모두 구조에 관심을 두고 사회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급속히 도시화, 산업화, 세계화되어 간다. 그 변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역할에 큰 관심을 갖게 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 변화의 추세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산다. 사회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회 현상에 대한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변화의 추세를 읽고 현재의 문제를 진단해야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어느 한 시점에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나 그들을 둘러싼 구조만을 논하는 것은 많은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정부와 대기업의 유착에 의한 과거의 경제적 지배 구조는 세계화로 인해 자유 경쟁을 중시하는 경제 구조로 변하면서 다국적 기업의 영향력의 증대를 가져왔다. 이처럼 산업화, 도시화,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 등의 변화는 사회 관계나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그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한 시점에 정착된 사회 관계나 구조를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그 변화 과정을 중심으로 사회 현상을 분석하면, 좀더 포괄적으로 사회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 장경섭, '세상을 보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