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소비하는 것이 좋은가’가 고민이라면 역사학자 토머스 플러는 “오늘의 달걀보다 내일의 닭이 더 좋다.”라고 대답할 것이고, 작가인 사무엘 존슨은 “당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든, 적게 소비하라.”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학자는 어떻게 대답할까? 


돈을 버는 목적은 부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돈을 ㉠기반으로 한 소비와 그 소비를 통한 만족을 느끼기 위해서이다. 인간의 궁극적 만족이 소비를 통한 즐거움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돈을 벌까’라는 고민은 ‘얼마나 소비할까’라는 걱정과 다르지 않다. 만약 평생 벌 수 있는 수입을 알 수 있다면, 죽는 순간에는 번 돈을 다 쓰고 남기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애초에 다 쓰지 못할 재산을 벌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의 ‘토머스 플러’와 ‘사무엘 존슨’의 ㉡언급을 구체적으로 해결해야 합리적 소비가 된다. 즉 ‘현재와 미래에 얼마만큼 소비해야 합리적인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소비와 미래소비를 결정하려면 개인이 평생 벌 수 있는 소득을 계산해야 한다. 가령, 직장을 얻기 전에는 소득이 없거나 적을 것이다. 직장에 들어가면 평균 근속 기간 및 연봉을 알 수 있고 매년 오르는 급여를 계산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평생 소득을 예상할 수 있다. 이제 현재와 미래의 최적 소비량을 생각해 보도록 하자. 우선 현재소비와 미래소비 사이에 ㉢상충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평생 소득은 주어져 있는데 현재 많이 소비하면 미래에는 조금밖에 소비할 수 없다. 만약 미래를 위해 현재 소비할 양의 일부를 남겨 둔다면, 그 금액만큼 저축할 수 있다.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원금은 물론이고 이자라는 추가 수입을 가져다준다. 미래에는 원금에 이자의 증가분만큼 더 많은 소비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재소비를 줄이는 데 고통이 따른다. 왜냐하면 같은 조건이라면 사람들은 먼 미래에 벌어질 사건보다 현재 눈앞의 사건에 더 큰 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건네면서 “오늘 줄까, 내일 줄까?”라고 물어보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대부분은 ‘오늘 달라.’고 할 것이다. 심지어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라는 말에서 보듯이 고통도 먼저 경험하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현재를 미래보다 더 선호하는 것을 ‘시간선호’라고 부른다. 따라서 ㉮현재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면 미래를 위해 이자 수입이라는 수익을 올리는 반면, 시간선호에 따른 현재소비의 즐거움은 포기해야 한다.


여기에 장기적으로 이자 수입과 시간선호의 효과가 ㉣상쇄된다면, 현재와 미래의 소비가 주는 각각의 만족만 생각해 최적 소비량을 결정하면 된다. 결국 평생을 ㉤고려한 합리적 소비란 오늘과 내일, 그리고 모레 모두 같은 양을 소비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평생 동안 소비를 고르게 나눠서 하는 것이 젊은 시절 너무 많이 소비하거나 너무 적게 소비하는 것보다 합리적이란 이야기인데, 잘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 한국은행, 「청소년 경제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