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홈페이지
모든 사람들은 불가피하게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개인들은 스스로 위험에 대비하려 하며, 시장은 이를 포착하여 알맞은 상품을 제공한다. 생명보험, 암보험 등의 각종 보험 상품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가입하는 민간 보험 상품만으로 개인들이 위험에 완전히 대처했다고 할 수는 없다.
개인들은 자신의 소득을 현재의 욕구를 위한 소비와 미래의 욕구를 위한 저축으로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미래의 욕구보다는 현재의 욕구를 과대평가하는 본능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또 행운의 확률을 과대평가하고 불행의 확률을 과소평가하는 불합리한 존재이다. 그래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저축을 하기보다는 현재의 욕구를 위해 소득의 대부분을 지출해 버리는 개인이 나타나게 된다. 이들은 위험에 직면하게 되면 대비책이 없어 무너지게 되고 이는 곧 사회적 문제가 된다. 그래서 국가는 사람들에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그 제도가 사회보험이다. 이것은 개인의 선택에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강제보험인데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강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자신이 상대적으로 보험료를 많이 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회보험은 본인의 총액소득에 일정한 비율을 곱해서 보험료를 정하기 때문에 고소득자는 보험료가 높게 책정된다. 그렇다고 해서 연금 지급액이 동일한 비율로 상승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고소득자에게는 사회보험이 민간 보험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또 같은 혜택을 받는 국민건강보험료도 고소득자가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이처럼 사회보험에서 고소득자는 상대적 손실을 입게 되고 저소득자는 혜택을 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점에서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사회적 연대라는 사회보험의 성격이 잘 드러나고 강제성이 정당화될 수 있다.
사회보험은 보험시장에 대한 국가의 부당한 개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 주장을 고용보험에 적용해 보면 타당성이 없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민간의 보험 상품이 공급되기 위해서는 보험금 지급 대상 위험이 암이나 교통사고와 같이 상호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실업은 외환 위기 때 경험한 것처럼 다른 사람의 실업이 증가할수록 나의 실업 확률도 커지는 상호 의존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민간 보험회사들은 고용보험상품을 제공하려 하지 않는다. 또 국민연금이나 국민건강보험 역시 국가가 추구하는 공익성을 우선시해야 하기 때문에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 보험사에 맡길 수는 없다. 그러므로 사회보험은 국가가 주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는 개인들이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는 그 장치로서 사회보험 제도를 도입하였고, 이는 어느 정도의 강제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 유시민,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독서 >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J커브 현상 : 환율과 경상수지의 관계(2010, 9월모평)* (0) | 2018.04.10 |
---|---|
어느 정도 소비하는 것이 좋은가(2010, 고3, 7월) (3) | 2018.04.10 |
유명인 모델의 광고 효과(2010, 6월모평) (1) | 2018.04.10 |
집단극화 현상의 원인과 집단 사고(2010, 고3, 4월) (1) | 2018.04.09 |
기업 결합(2009, 수능) (1) | 2018.04.09 |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2009, 고3, 10월)* (0) | 2018.04.09 |
경제 성장의 중요 원인은 무엇인가(2009, 9월모평) (0) | 2018.04.09 |
비합리적 경매로 인한 '승자의 저주'(2009, 고3, 7월) (2) | 2018.04.06 |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