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반에 고정된 스프링 끝에 추를 매달면 추의 무게와 스프링이 추를 당기는 힘이 같아지는 지점에서 추는 멈추게 된다. 이상태에서 추를 아래로 잡아당겨 보자. 추를 당기는 힘으로 인해 스프링은 늘어나는데 아래로 잡아당길수록 더 큰 힘이 필요하다. 이는 추를 당기는 힘에 대항하는 스프링의 탄성력 때문이다. 탄성력이란 고무줄이나 스프링같이 탄성을 가진 물체가 원래의 모양으로 되돌아가려는 힘이며, 길이를 늘이거나 압축하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 당겼던 추를 놓으면 탄성력에 의해 추는 상하로 진동하다가 추를 당기기 전과 동일한 지점에서 멈추게 된다. 이 지점을 평형점이라고 한다. 


㉠ 이러한 추의 진동 과정은 에너지의 전환 과정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 추를 잡아당길 때, 추를 잡아당기는 데에 사용한 에너지가 스프링에 저장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때 저장된 에너지를 탄성력에 의한 ‘퍼텐셜 에너지’라고 한다. 당겼던 추를 놓으면 스프링은 탄성력에 의해 스프링에 저장된 퍼텐셜 에너지만큼 추를 수직 방향으로 상향, 가속시키는 일을 한다. 즉 스프링에 저장된 퍼텐셜 에너지가 추의 운동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다. 수직 상향하던 추는 평형점을 지날 때에 속력이 가장 빠르고 운동 에너지는 최대가 된다. 이후 추는 계속 상향하면서 스프링을 누르는 일을 하여 결국 속도가 0인 최고점에 도달하게 된다. 즉 평형점을 지나면서 추의 운동 에너지는 스프링의 퍼텐셜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후 스프링에 저장된 퍼텐셜 에너지는 상향으로 운동할 때와 방향이 반대일 뿐, 같은 과정을 거쳐 운동에너지로 전환되어 추를 수직 하향하게 한다. 만약 추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이 없고 공기 저항 등으로 인한 손실이 전혀 없다고 가정한다면 이러한 에너지 전환 과정이 반복되면서 스프링과 추는 계속 진동하게 될 것이다. 즉 퍼텐셜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의 합은 항상 일정한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기와 스프링의 마찰 등에 의해 추의 운동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전환되므로 에너지 전환 과정이 반복될수록 진동은 점차적으로 줄기 마련이다. 이를 ‘감쇠 현상’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진동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전환과, 감쇠의 원리를 적절히 응용한 것이 현가장치*의 스프링과 쇼크업소버이다. 먼저 차체와 바퀴 사이에 위치한 스프링은 진동을 활용하여 지면에서 받는 충격이 차체로 전달되는 것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 평지를 달리던 자동차가 과속 방지턱을 지난 후 높이 변화가 없는 평지를 계속 달리고 있다고 하자. 과속 방지턱에서 받은 충격으로 스프링은 차체와 바퀴 사이에서 눌려 퍼텐셜 에너지가 스프링에 저장된다. 이 에너지로 인해 스프링은 스프링 상단의 차체를 밀어 올리는 일을 하게 된다. 따라서 차체는 수직으로 상향, 가속되다가 평형점을 지나 감속되면서 운동 에너지가 퍼텐셜 에너지로 완전히 전환되는 최고점에 이른다. 이후 차체는 하향, 가속되다가 평형점을 지나 최저점에 도달하게 된다. 이와 같은 에너지 전환이 반복되면서 차체와 스프링은 진동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스프링만으로는, 차체 진동의 평형점에서 최고점이나 최저점까지의 거리인 진폭을 줄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차에 탄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게 된다. 그래서 스프링의 진동을 줄여주는 장치가 추가로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스프링과 연결되어 있는 ㉢ 쇼크업소버이다. 


<그림>


<그림>에서와 같이 쇼크업소버는 액체로 가득 찬 밀폐된 실린더와, 그 속에 여러 개의 작은 구멍이 뚫린 피스톤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실린더의 윗부분은 차체, 아랫부분은 바퀴와 연결되어 있다. 자동차가 과속 방지턱을 지나 차체와 스프링이 진동할 때, 피스톤도 실린더의 상단이나 하단으로 이동하게 된다. 예를 들어 차체가 수직으로 하향할 때 피스톤도 실린더의 하단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 피스톤 아래에 있던 액체는 작은 구멍을 통해 피스톤 위로 이동하게 되는데 구멍의 크기가 작아 액체와 구멍 사이에서 마찰이 발생하기 때문에 피스톤이 하단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그만큼 줄어들어 천천히 움직이게 된다. 이때 마찰에 의해 열이 발생하여 실린더 내부의 온도가 상승하게 되는데, 이를 에너지의 전환으로 설명하면 운동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흩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쇼크업소버는 차체 진동의 진폭을 줄이게 된다. 결국 자동차의 승차감은 현가장치의 스프링과 쇼크업소버의 기능이 적절히 결합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

* 현가장치: 자동차가 주행 중 노면으로부터 바퀴를 통하여 받게 되는 충격을 흡수하여 차체나 화물의 손상을 방지하고 승차감을 좋게 하는 장치.


― 박영기, <과학으로 만드는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