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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그 시선을 더 오래 머무르게 하여 시각적 의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한 단위 안에 있는 어느 한 곳이 다른 곳에 비해 더 돋보이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미적 원리를 디자인에 적용한 것을 ‘강조’라고 하는데, 이러한 강조를 위해 디자인에서는 ㉠‘대비’, ㉡‘집중’, ㉢‘우세’ 등의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대비(對比)는 서로 다른 두 요소가 공간적 또는 시간적으로 접근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두 요소를 나란히 배치하여 어떤 특징이 더욱 두드러지도록 하는 방법인 대비는 디자인에서도 대단히 유용하다. 대비는 사람의 주의를 집중시키거나 유지하며, 시선을 특정 부분으로 유도하기 때문에 이 방법을 통해 정보를 구성하는 것은 좋은 디자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선을 곡선과 함께 배치하면 직선이 지닌 특징이 곡선에 대비되어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직과 수평, 굵은 것과 가는 것, 큰 것과 작은 것, 매끄러운 것과 거친 것, 먼 것과 가까운 것, 높은 것과 낮은 것, 밝은 것과 어두운 것 등은 디자인에서 모두 좋은 대비를 이루는 요소들이 된다. 그런데 강조는 이러한 질적인 대비뿐만 아니라 양적인 대비를 통해서도 일어나게 된다. 무수한 직선의 집단에 단 하나의 곡선이 배치되면 형태적 대비와 함께 수량적인 대비도 생겨나 강조의 효과는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강조하고자 하는 하나의 요소를 위해 모든 요소들을 어느 한 곳으로 모이도록 하는 집중(集中)도 강조를 위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즉, 집중은 시선을 중심이나 초점으로 유도하는 것으로, 리듬의 요소인 방사(放射)* 또는 점이(漸移)*와 함께 사용되면 더욱 효과적이다. 그런데 시선을 어느 중심으로 모은다고 했을 때, 그 중심은 무게의 중심이나 기하학적인 중심과는 개념이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중심은 미적 요인과 관계된 것으로 미적 흥미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따라서 그 중심의 위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미적인 느낌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대개는 평면 작품의 중심 근처나 그보다 약간 위쪽에 어떤 형상을 배치하면 그곳으로 시선이 집중되는 효과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또한, 중심이 되는 대상 주위에 주변 요소를 종속적으로 배치하는 기법도 있는데 이것이 바로 우세(優勢)이다. 이것은 어느 한 범위에서 중심이 되는 것을 정하여 이것에 지배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다른 것을 여기에 종속시켜 주가 되는 것을 더욱 강조하는 방법이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연극이나 영화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주연 배우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조연 배우의 관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한 쪽을 지배적인 입장에 놓이게 하려면 대비나 집중의 방법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앞서 말한 대비와 집중은 모두 우세 속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대비는 대비된 것 중 더 중심이 되는 어느 하나를 강조하게 되고, 집중은 어느 하나의 중심점만을 강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 우세의 방법이 적용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떠한 경우에도 흥미와 관심을 ⓐ끌게 하는 강조의 중심점은 하나여야 하며 둘 이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디자인의 요소들이 각각 비슷한 정도, 비슷한 비중으로 공존할 때는 우리의 시선이 디자인에서 중심점을 찾지 못해 방황하게 되고, 그

디자인은 긴장감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강조를 위해서는 하나의 중심점이 초점의 역할을 하고 나머지 부분은 이 초점을 보완하고 보충하는 종속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 방사: 중심점 또는 중심이 되는 부분에서 여러 방향으로 퍼져 나가거나 안으로 모이면서 생겨나는 시각적인 율동

* 점이: 양이나 크기, 밀도나 강도 등이 단계적으로 커지거나 작아지면서 생겨나는 시각적인 율동


― 김병억, ‘디자인 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