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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생활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회화 예술의 표현 문제는 현실 생활에 대한 관찰과 인식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중요한 과정은 관찰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동양화는 전면적인 관찰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대담한 취사선택을 한다. 그림으로 표현할 내용을 미리 염두에 두고 대상에 대한 관찰을 진행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의 관찰에서도 자신의 이상이나 필요에 맞는 것은 자세히 관찰하고 한 번이라도 더 보게 된다. 이와 반대로 관계없거나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관심을 덜 갖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림으로 표현할 때, 정신이 깃들어 있는 부분은 분명하고 정확하게 공들여 표현하고 배경을 포함한 덜 중요한 부분은 간략하게 하거나 생략하여 여백으로 대체한다. 그리하여 동양화가들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모방하는 것을 가장 못난 것으로 여겼으며, 이러한 그림은 비록 자세하고 정밀하나 생기가 부족한 죽은 그림으로 여겼다.


서양화는 빛의 어두움과 밝음을 관찰하여 명암을 드러냄으로써 그림을 그리고, 동양화는 수묵(水墨)의 진하고 흐린 정도, 선의 가볍고 무거움 등으로 대상을 표현한다. 또한 동양화가들은 각기 다른 시점, 다른 각도에서 제일 강한 인상을 관찰하여, 이를 하나의 화면 안에 돌출되고 과장되게 표현한다. 이를 위해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세밀한 관찰 과정을 거쳐 대상의 조작 구조를 파악한다. 예를 들어 그리고자 하는 꽃이 무슨 꽃인지, 어떤 색깔인지, 잎이 어떻게 나는지, 꽃받침은 몇 개인지, 꽃술, 꽃대, 꽃줄기는 어떠한지 등 각종 특징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사물에 대한 관찰법과 조작 구조 표현 방식에 익숙하게 되면  동양화가들은 대상을 떠나 ㉠형상기억에 의해 창작 작업을 한다. 형상기억은 경험하였거나 배운 것을 머릿속에 새겨 두었다가 시각적, 청각적 표상을 바탕으로 되살려 내는 심리 과정이다. 기억 속에 남는 형상은 대상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부분들이다. 따라서 화가의 머릿속에서 복잡하고 미세한 부분들이 제거된 상태로 대상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대상을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다. 역대 화조화가들이 화조의 자태를 훌륭히 표현해내고, 풀과 벌레의 느낌을 잘 묘사해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대상을 떠나 그림을 그린 것과 큰 관계가 있다. 만약 새나 벌레들을 정물처럼 앞에 놓고 그렸다면 비록 빛에 의한 명암이나 형태 등은 털 하나의 착오도 없이 그릴 수 있을지 모르나 생동하는 작품은 그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형상기억에 의한 그림은 대상을 더욱 생동감 있게 그릴 뿐 아니라 작가의 주관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 김조복, ‘동양화의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