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자기공명분화기 ⓒ 노송나무의 "아름다운세상" 만들기(hedoree.tistory.com)


유기 화학자들은 화학 반응을 이용하여 유기 화합물의 조성과 구조를 분석하고 그러한 물질을 합성하는 것을 주업으로 삼는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유기 화학의 전통적인 구조 분석 방법을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었는데, 그 중에서 1940년대 중반에 양자 이론에 힘입어 발명된 NMR 분광계는 물질의 구조 분석 방법에 혁신을 가져왔다. ‘핵자기공명’을 뜻하는 NMR는 원자핵이 자기장 안에서 특정 진동수의 전자기파를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현상이다. 이렇게 해서 얻어지는 전자기파의 흡수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분자의 구조를 알아내는 기구가 NMR 분광계이다. 이 기구를 사용하면 분자의 파괴나 변형 없이 화합물의 구조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원래 물리학의 실험 기구였던 NMR 분광계를 유기 화학 연구의 핵심 장치로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사람이 미국의 화학자 로버츠였다. 이 기구는 당시에 유일하게 배리언 사에서 제작하고 있었는데, 로버츠는 이것의 가치를 남들보다 ㉠일찍이 인식하고 1950년대부터 이 기구로 미지의 분자 구조를 밝혀내기 시작했다. 로버츠는 ‘선도 사용자’로서 유기 화학계에 이 기구의 유용성을 열심히 알렸다. 그는 NMR를 이용한 연구를 수행하는 한편 학생들에게 이 기구를 사용하여 연구하는 방법을 가르쳤고 그 내용을 정리하여 교재로 출판했다. 로버츠의 노력에 힘입어 이 기구를 사용하는 연구자의 수가 빠르게 늘어났다.


로버츠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위를 얻게 되자 이 기구가 자신의 연구 방향에 적합하도록 배리언 사에 이 기구의 업그레이드를 요구했다. 배리언 사는 그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는데, 그것은 로버츠가 이 기구를 활용한 방법을 다수의 다른 연구자들도 채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회사는 로버츠의 요구대로 업그레이드된 모델들을 계속 내놓았고, 로버츠는 그것으로 자신의 연구를 순조롭게 진척시킬 수 있었다. 


시장이 커지면서 배리언 사는 자체적으로 이 기구의 판매 증진을 도모했다. 이 회사는 유망한 화학자인 슐러리를 고용하여 대학의 유기 화학자들과 함께 NMR를 이용한 협동 연구를 활발하게 추진하였을 뿐 아니라, 이 기구와 관련된 실험 연구 정보를 학술지보다 더 빠르고 자세하게 과학자들에게 제공하였다.


로버츠와 제조사의 노력으로, 1960년과 1961년 사이에 NMR에 바탕을 둔 학술 논문의 출판이 네 배로 증가하는 등, NMR 분광계를 사용한 연구가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다른 나라에서도 유기 화학 분야의 첨단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 이 기구를 구입하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졌고, NMR 분광학은 유기 화학에서 확고한 지위를 획득하였다. 


― ‘과학 기기 선도 사용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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