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터  [n의 제곱]까지의 연속된 자연수를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같아지도록 정사각형 모양으로 배열한 것을 n행 n열 마방진이라고 한다. 사각형  양의 숫자 배열을 ‘방진’이라고 하니, 마방진(魔方陣)은 ‘마술적인 성질을 가진 정사각형 숫자 배열’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형태의 마방진이 만들어지고 이를 이론화하려는 연구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역사상 가장 먼저 출현한 마방진은 3행 3열의 마방진일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하나라의 우임금은 황하의 범람을 막기 위해 제방 공사를 하던 중, 강 한복판에서 등에 이상한 그림이 새겨진 거북이를 만났다. ‘낙서(洛書)’라고 불리는 이 그림에는 1부터 9까지의 숫자가 배열되어 있었는데, 어느 방향으로 더해도 합은 15가 되었다. 이때부터 중국에서는 ‘낙서’가 세상의 비밀과 진리를 함축하고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낙서를 주역의 원리가 함축된 그림으로 인식하기도 했고, 우주의 진리를 표상하는 그림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낙서'의 마방진.


그러나 마방진은 비밀스럽게 전수되어서 기록으로 남은 것은 거의 없다. 중국의 ‘낙서’ 이후 유물로 남은 마방진은 뒤러의 4행 4열 마방진이다. 16세기 초 독일의 뒤러는 자신의 관 뚜껑에 <멜랑콜리아I>이라는 판화를 남겼는데, 거기에 4행 4열의 마방진이 새겨 있다. 이 마방진의 맨 아랫줄 가운데 두 칸의 숫자는 15와 14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를 연속해서 쓰면 그가 죽은 해인 1514년을 가리키도록 한 교묘한 방진이었다.


이처럼 마방진이 가진 교묘하고 신비한 특성은 글자 그대로 마술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때문에 마방진은 고대부터 자연철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근대의 수학자들도 관심을 가졌다.


마방진은 그림의 구도를 잡는 원칙을 제공한다. 특히 마방진에는 가로, 세로줄에 서로 다른 요소들을 중복되지 않게 배치하는 ‘라틴 방진’이 있는데, 이 방진은 실험 설계의 하나인 ‘라틴 방진 설계’의 방법론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예로부터 마방진은 마력을 가진 것으로 여겨져, 중세의 이슬람에서는 전쟁에 나갈 때 마방진을 부적으로 쓰기도 했다. 요즘에도 마방진을 취미로 연구하는 동호인들이 존재하는 걸 보면 마방진에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마법과 같은 힘이 있는 것 같다.


최근 들어 전문 수학자들 사이에서 마방진이 연구되면서 고급 수학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특히 수학자 알렌 아들러는 방진의 원리를 이론화해서 컴퓨터를 동원해 3차원 입체 마방진을 고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5천년 역사 동안 수많은 수학자들이 연구했음에도 여전히 마방진 전체를 아우르는 명쾌한 수학적인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박경미, 「수학 콘서트」


'멜랑콜리아!' 관련 문제의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