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세포의 형질이 어떤 상황에서 특정하게 나타나도록 하는 정보는 세포 안에 있는 유전자에 들어 있다. 따라서 유전 정보의 적절한 발현이 세포의 형질을 결정하며, 생물체의 형질은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의 형질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러한 생물학적 연구 결과를 근거로 유전 정보가 인간의 생김새뿐만 아니라 지능, 그리고 성격까지도 결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이끌어 내었다. 유전자 연구는,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공동체에 도움은커녕 피해만 주므로 도태시켜야 한다는 이른바 극단적인 우생학* 때문에 한동안 주춤했으나 최근에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인간과 유전자의 관계를 규명하려는 연구는, 약 1세기 전 골턴(Galton)이 연구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던 중 근래에 ㉠쌍생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었다. 이 연구는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진 이란성 쌍생아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생아들을 비교한 것으로, 유전적 요인이 인간의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심증을 굳히게 하였다. 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를 통해서, 각종 범죄, 조울증, 정신 분열증, 알코올 중독증 등 주변의 영향을 받을 것 같은 성향들에도 유전자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가 보고되었다. 연구자들은 이 연구에 의미를 부여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인간의 질병을 대상으로 그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구체적으로 찾는 작업에 몰두하게 되었다.


인간의 유전병은 대략 3,000여 가지로 짐작된다. 그러나 그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밝혀낸 것은 단순한 유전병 100여 가지에 불과했다. 그런데 심각한 유전성 신경질환인 ‘헌팅턴병’의 원인 유전자를 규명한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연구자들은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의 염색체로부터 DNA를 뽑아 제한효소로 잘라지는 패턴을 정상인과 비교한 결과, 그 패턴이 특이하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제4번 염색체에서 헌팅턴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아내게 되었는데, 이는 유전학 연구가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유전병은 그 원인 유전자조차 규명되지 않고 있다. 또 원인 유전자를 찾아냈다고 해도, 그 형질을 나타내는 유전정보가 인간이 가진 46개의 염색체 중 어디에 있으며, 어떤 염기 서열로 되어있는지를 분명히 밝혀내는 일은 쉽지가 않다. 더구나 지능이나 피부색처럼 여러 유전자가 함께 작용하여 형질을 나타내는 경우, 각 유전자의 상호 관계와 역할을 밝히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특별한 증세와 관련된 염색체 또는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보고들이 있지만, 그 실험 결과들은 분명한 사실로 입증될 만큼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유전자 연구의 결과를 활용하는 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간의 특성이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은 인정된다. 그러나 각각의 유전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유전정보를 갖고 있는지 밝히는 것과,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연구자들의 과제이다.


*우생학 :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인구의 증가를 꾀하고 열악한 유전자를 가진 인구의 증가를 방지하여, 궁극적으로 인류를 유전학적으로 개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