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굽쇠는 굵기가 일정한 금속 사각 막대를 U자형으로 구부리고 아래쪽에 쇠기둥을 ⓐ단단하게 용접한 것으로, 작은 망치로 때리면 일정한 진동수의 음을 발생시키는 장치이다. 일반적으로 소리굽쇠는 작을수록 높은 음을 낸다. 원래 소리굽쇠는 1711년에 영국의 트럼펫 연주자인 존 쇼어가 악기를 조율할 때 기준음을 내는 도구로 개발한 것이었다. 처음에 사람들은 소리굽쇠가 건반악기의 어떤 음을 낸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이 정확하게 초당 몇 회의 진동을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리굽쇠로 악기를 조율하였기에 지역마다 연주자마다 악기들은 조금씩 다른 기준음을 가졌다. 소리굽쇠가 정확하게 얼마의 진동수를 갖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정확한 측정 장치가 없는 당시로서는 매우 어려운 문제처럼 보였다. 이 문제는 독일의 음향학자인 요한 샤이블러에 의해 1834년에 명쾌하게 해결되었다.  


샤이블러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다른 진동음을 내는 두 개의 소리굽쇠가 만들어 내는 맥놀이 진동수를 세는 방법을 사용했다. 맥놀이란 진동수가 약간 다른 두 개의 소리가 간섭을 일으켜 소리가 주기적으로 ⓑ세어졌다 ⓒ약해졌다 하는 현상이다. 서로 다른 진동수를 갖는 두 음이 함께 울릴 때 생기는 맥놀이의 진동수는 두 음의 진동수의 차에 해당한다. 맥놀이 진동수는 초당 4회, 즉 4Hz(헤르츠) 정도일 때 귀로 들으면서 측정하기에 적당하다.


샤이블러의 실험에는 여러 개의 소리굽쇠가 필요했다. 그는 어떤 건반악기의 A음과 같은 음을 내도록 만든 1번 소리굽쇠와 그것보다 약간 크게 만든 2번 소리굽쇠 사이의 맥놀이 진동수가 4Hz가 되게 하였다. 이것은 1번 소리굽쇠의 고유 진동수가 2번 소리굽쇠의 고유 진동수보다 4Hz만큼 큼을 의미한다. 그 다음에 샤이블러는 좀 더 큰 3번 소리굽쇠를 만들어서 2번 소리굽쇠와 함께 울렸을 때 역시 초당 4회의 맥놀이가 일어나도록 조절하였다. 이렇게 해서 3번 소리굽쇠는 1번 소리굽쇠에 비하여 8Hz만큼 낮은 진동수의 음을 내게 되었다. 샤이블러는 이런 방법으로 1번 소리굽쇠보다 정확하게 한 옥타브 낮은 음을 내는 소리굽쇠가 만들어질 때까지 계속 새로운 소리굽쇠를 만들었다. 그랬더니 56번 소리굽쇠가 1번 소리굽쇠보다 정확하게 한 옥타브 낮은 음을 내었다. 샤이블러는 56번 소리굽쇠가 1번 소리굽쇠에 비하여 4Hz×55, 즉 220Hz만큼 낮은 진동음을 낸다는 것을 계산할 수 있었다. 


한 옥타브만큼 차이 나는 두 음 중 높은 음의 진동수는 낮은 음의 진동수의 두 배가 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으므로, 이로부터 샤이블러는 소리굽쇠의 고유 진동수를 계산해 낼 수 있었다. 1번 소리굽쇠의 고유 진동수는 56번 소리굽쇠의 고유 진동수의 두 배이고 그 차이는 220Hz이므로, 1번 소리굽쇠의 고유 진동수는 440Hz, 56번 소리굽쇠의 고유 진동수는 220Hz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에 의지하여 샤이블러는 1834년에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과학자들의 회의에서 건반의 A음을  440Hz로 삼아 음 높이의 기준을 삼을 것을 제안하였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슈투트가르트 피치’는 이후 유럽 여러 나라에서 조율의 기준음으로 한 동안 널리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