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양지는 음지보다 따뜻할까? 태양이 아무리 뜨겁다고 해도 어떻게 적절한 매질도 없는 우주 공간을 건너 아득히 먼 지구의 물체들을 데울 수 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열과 빛의 정체에 대해 명확히 알아야 한다.


18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학자들은 열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물질-‘열소’-의 작용이라고 생각하고, 고체가 녹거나 액체가 증발하는 것은 열소와 고체 혹은 액체를 이루는 입자 사이의 화학 작용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럼퍼드와 마이어, 줄 등의 연구 성과에 힘입어 ‘열소’의 존재는 부정되고 대신 ‘열에너지’의 개념이 확립된다. 열의 정체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클라시우스였는데, 그는 기체의 열에너지는 기체 분자들의 운동에너지이며, 따라서 온도는 기체 분자들이 얼마나 빠르게 운동하고 있는가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여기에 더해서 맥스웰이 일정한 온도에서 기체 분자의 운동 속도는 평균값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분포함을 밝힘으로써, 결국 열은 ‘물체를 이루고 있는 입자들의 평균 운동에너지’임이 밝혀졌다. 모든 물체의 입자들은 평균 위치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진동 운동이나 회전 운동을 하고 있으며, 온도는 바로 이 운동에너지의 크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빛의 정체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전자기 이론에 대한 이해도 필요한데, 이는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전자기파의 존재는, 전류(전기장)가 자기장을 만들어 냄을 밝혀낸 앙페르의 실험과 자기장에서 전류가 만들어짐을 확인한 패러데이의 실험, 그리고 이를 집대성한 맥스웰의 이론을 통해서 추론이 가능해졌다. 앙페르는 나란히 놓인 도선에 전류를 통과시키면 자기장이 형성된다는 것과 도선을 원통형으로 감아서 만든 코일-이를 ‘솔레노이드’라고 한다.-에 전류를 흘리면 자성이 강한 자석이 됨을 확인하였고, 패러데이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 코일에 자석을 통과시키면 자석의 자기장의 변화에서 전류가 생겨남을 확인하였다. 전기장은 자기장을 만들어내고, 또 자기장은 다시 전기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맥스웰은 이러한 실험의 결과들을 정리하여 ‘맥스웰의 방정식’이라는 이론을 세웠으며, 이 이론을 통해서 전자기파의 존재가 추론될 수 있었다.


도선에 갑자기 전류를 통하게 하거나 전류의 세기를 변화시키면 그 주변에 자기장이 생겨나는데, 이 자기장은 2차적인 전기장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다시 2차적인 자기장을 만든다. 이처럼 전기장이 자기장을 만들고 그 자기장이 다시 전기장을 만드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파동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바로 전자기파이며, 맥스웰은 이 파동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동일하다는 계산을 해 낸 후 “빛 자체도 일종의 전자기파이다.”라는 천재적인 결론을 내린다. 소리처럼 물질이 실제로 떨리는 역학적 파동과는 달리,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의 연속적인 변화를 반복하면서 전파해 가는 전자기 파동인 것이다. 이후 과학자들에 의해 전자기파가 매질 없이도 전파된다는 것까지 확인되면서, 햇빛이 텅 빈 우주 공간을 건너올 수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태양에서 오는 것은 열의 입자가 아니라 ㉡전자기파이며, 이것이 어떤 물체에 닿았을 때 그 물체를 진동으로 간섭한다. 그리고 이 진동이 물질의 입자들과 상호 작용하여 그 ㉢입자들의 운동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는 물질의 온도를 높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태양의 빛은 아무런 매개물 없이 우주를 건너와 지구의 물체를 데울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