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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빛이나 특수한 조명 아래에서 본 물체의 색이 자연광 아래에서 다시 보면 다른 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 눈이 색을 인식하는 능력이 어두운 곳과 밝은 곳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의 눈은 빛이 있어야 물체를 볼 수 있다. 눈은 명암과 색을 구별할 뿐만 아니라 멀고 가까움을 알 수 있으며 입체감도 느낄 수 있다. 또한 주위 환경의 밝기에 따라 눈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할 수도 있고 가까운 물체를 보다가도 먼 곳의 물체를 볼 수 있는 조절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눈은 지름 약 2.3㎝의 크기로 앞쪽이 볼록 튀어나온 공처럼 생겼으며 탄력이 있다. 눈의 가장 바깥 부분은 흰색의 공막이 싸고 있으며 그 안쪽에 검은색의 맥락막이 있어 눈동자를 통해서만 빛이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눈의 앞쪽은 투명한 각막으로 되어 있는데, 빛은 이 각막을 통과하여 그 안쪽에 있는 렌즈 모양의 ㉠수정체에 의해 굴절되어 초점이 맞추어져 ㉡망막에 상을 맺는다. 이 망막에는 빛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시신경세포가 있다.


이 시신경세포는 원뿔 모양의 ‘원추세포’와 간상세포(桿狀細胞)로도 불리는 막대 모양의 ‘막대세포’라는 두 종류로 이루어진다. 원추세포는 눈조리개의 초점 부근 좁은 영역에 주로 분포되어 있으며, 그 세포 수는 막대세포에 비해 매우 적다. 이에 반해 막대세포는 망막 전체에 걸쳐 분포되어 있고 그 세포 수는 원추세포에 비해 매우 많다. 원추세포와 막대세포는 각각 다른 색깔의 빛에 민감한데, 원추세포는 파장이 500나노미터 부근의 빛(노랑)에, 막대세포는 파장이 560나노미터 부근의 빛(초록)에 가장 민감하다.


원추세포는 그 수가 많지 않으므로, 우리 눈은 어두운 곳에서 색을 인식하는 능력은 많이 떨어지지만 밝은 곳에서는 제 기능을 잘 발휘하는데, 노란색 근처의 빛(붉은색-주황색-노란색 구간)이 특히 눈에 잘 띈다. 노란색이나 붉은색으로 경고나 위험 상황을 나타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색들은 밝은 곳에서 눈에 잘 띠어 안전을 위해 효율적이지만 날이 어두워지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의 눈은 우리 주위에 가장 흔한 가시광선에 민감하도록 진화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즉, 우리 주위에 가장 흔하고 강한 노란빛에 민감하도록 진화해왔을 것이며, 따라서 우리가 노란색에 가장 민감함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시신경세포의 대부분은 막대세포들인데, 이 막대세포는 비타민 A에서 생긴 로돕신이라는 물질이 있어 빛을 감지할 수 있다. 로돕신은 빛을 받으면 분해되어 시신경을 자극하고, 이 자극이 대뇌에 전달되어 물체를 인식한다. 그 세포들은 비록 색을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초록색 빛을 더 민감하게 인식한다. 즉, 비록 색깔을 인식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어두운 곳에서는 초록색 물체가 잘 보인다.


이것은 아마도 식물이 초록빛을 띠는 현상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즉, 인간이 먹는 음식물의 원천이면서 휴식처가 되기도 하는 식물을 잘 식별하기 위해서 우리 눈은 그렇게 진화해오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험한 상태를 빨리 파악하기 위해서는 초록빛보다 더 강한 노란색 빛을 이용하여 위험을 감지할 필요도 생겨났을 것이다. 즉, 우리 인체는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적은 수이지만 원추세포를, 그리고 먹이를 잘 식별하기 위해 많은 수의 막대세포를 따로 이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기영, 「자연과 물리학의 숨바꼭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