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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그저 활과 창과 검으로만 싸웠을까? 그 당시에도 로켓과 같은 병기가 있었다면 쉽게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지 않았을까? 수백 년 전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병기가 있었을까? 이런 의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병기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에는 지금의 로켓과 같은 첨단 병기가 있었다. 고려 말 화통도감에서 활약한 최무선에 의해 개발된 ‘달리는 불’이라는 뜻을 가진 ‘주화(走火)’가 그것이다. 이 주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 병기라고 할 수 있는데, 신기하게도 지금의 로켓과 유사한 구조와 동작 원리를 갖추고 있다.


주화는 1448년(세종30년) 이전에 불린 이름이고, 그 이후에는 ‘신기전(神機箭)’으로 불렸다. <병기도설>에는 신기전을 대신기전, 산화신기전, 중신기전, 소신기전으로 나누어 그 크기와 구조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 중 가장 큰 형태인 대신기전은 당시의 실제 전투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였다.


대신기전은 발화통과 약통으로 구분된다. 이 발화통과 약통은 쇠촉이 부착되지 않은 대나무의 위 끝 부분에 묶어 놓았으며, 아래 끝부분에는 발사체가 안정적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균형을 유지해 주는 날개를 달아 놓았다. 폭발물인 발화통과 달리 약통은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대신기전의 몸체 역할을 하는 대나무의 맨 위에는 폭탄인 발화통을 장착하고, 그 발화통의 아래 부분에는 화약을 넣어 위 끝을 종이로 여러 겹 접어 막은 약통을 연결한다. 약통 밑부분의 점화선에 불을 붙이면 점화선이 타들어가면서 약통 속의 화약에 불이 붙어 연소 가스를 만들고 이 연소 가스는 약통 아래에 뚫려 있는 분사구멍을 통하여 약통 밖으로 내뿜어진다. 이 때 만들어지는 힘이 ㉠추진력이다. 그리고 약통의 윗면과 발화통 아랫면의 중앙에 각각 구멍을 뚫어 둘을 도화선으로 연결한다. 이와 같이 약통의 윗면에 폭탄인 발화통을 부착시켜 놓고 도화선으로 연결하는 것은 목표 지점으로 신기전이 날아가는 도중이거나 거의 날아갔을 즈음에 폭탄인 발화통이 자동적으로 폭발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 발화통이 신기전의 핵심적인 폭발체라고 할 수 있는데, 발화통 안에 화약 무게의 약 27%정도에 해당하는 거친 쇳가루를 섞기 때문에 이 쇳가루가 파편 역할을 한다.

대신기전. ㉠이 무엇인지 묻는 문제의 <보기>였습니다.



발화통까지 포함된 대신기전은 전체 길이가 약 5.6m의 대형 로켓으로 한 번에 여러 개를 날릴 수 있는 화차를 개발하여 사용하였다. 화차에는 바퀴가 달려 있어 적진의 위치에 따라 이동해 가는 데 매우 편리했다.


주화와 신기전은 화약의 힘을 빌려 적진에 날아감으로써 사거리가 길고, 비행 중에 연기를 분출함으로써 적에게 공포심을 일으키며, 앞부분에 발화통이 달려 있어서 적진에 이르러 폭발한다는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각 군영에 많은 양이 배치되어 사용되었고, 실제 주요 전투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여 조선군이 승리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되었다.


이처럼 신기전은 일찍이 우리나라 국방 기술이 낳은 대표적인 발명품으로 막강한 국방력을 과시하는 하나의 상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신기전은 주화에 이어 탄생한 장거리 공격용 무기로서 당시로서는 첨단의 전투용 로켓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 박재광, 「하늘을 나는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병기 ‘주화’와 ‘신기전’」, 『과학과 기술』 2007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