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플라톤 (9)

독서/인문

세계 형성의 우연성을 주장한 루크테리우스와 알튀세르(2023, 고3, 7월)

플라톤은 사물보다 사물의 의미가 미리 존재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사물에는 그것을 만든 ‘제작자’가 부여한 ‘필연적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았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계 역시 제작자가 필연적 의미에 따라 형성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루크테리우스는 세계가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계는 자발적으로 움직이던 원자들이 우연히 마주쳐 응고되면서 생성되었을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루크테리우스는 세계가 형성되기 전에는 무수히 많은 원자들이 원자 그 자체의 무게로 인해 서로 평행하게 떨어지는 상태에 있었다고 생각했다. 이때 수직 낙하하던 원자들 중 하나의 원자가 평행 상태가 깨져 거의 느껴지지도 않을 것 같은 미세한 편차로 기울게 되면 결국 옆의 원자와 마주치게 되는데, 이 마주침으로 인해 수많은 원..

독서/인문

율곡의 법제 개혁론(2017, 6월모평)*

유학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을 통해 성인(聖人)이 되기 위한 학문으로 성학(聖學)이라고도 불린다. ‘수기’는 사물을 탐구하고 앎을 투철히 하고 뜻을 성실하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여 자신을 닦는 일이며, ‘치인’은 집안을 바르게 하고 나라를 통치하고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기치인을 통해 하늘의 도리인 천도(天道)와 합일되는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바로 ‘성인’이다. 이러한 유학의 이념을 적극 수용했던 율곡 이이는 수기치인의 도리를 밝힌 『성학집요』(1575)를 지어 이 땅에 유학의 이상 사회가 구현되기를 소망했다. 율곡은 수기를 위한 수양론과 치인을 위한 경세론을 전개하는데, 그 바탕은 만물을 ‘이(理)’와 ‘기(氣)’로 설명하는 이기론이다. 존재론의 측면에서 율곡은 ‘이’를 형체도 없고 ..

독서/예술

엔투시아스모스와 테크네(2017, 고3, 4월)

일반적으로 예술(藝術)이라고 할 때 떠오르는 것은 춤, 시, 음악, 건축, 회화, 조각 등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춤, 시, 음악은 ‘엔투시아스모스(enthousiasmos)’로부터, 그리고 건축, 회화, 조각은 ‘테크네(techne)’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하였다. 보통 ‘엔투시아스모스’는 ‘열광’, ‘열정’을 의미하고 ‘테크네’는 ‘기술’, ‘제작’을 의미한다. 엔투시아스모스와 테크네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예술 작품 창작의 기원으로 여겨졌는데, 예술에 대한 관점에 따라서 그 가치에 대한 판단이 달라져 왔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엔투시아스모스는 종교적인 행사에서 사제가 신의 메시지를 얻기 위해 신과 교감하는 열광적인 상태를 의미하였다. 그런데 그들은 이런 상태가 사제뿐만 아니..

독서/인문

아낭케의 다양한 의미들(2016, 고3, 4월)

‘아낭케’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나 필연성 등을 상징하는 여신으로 등장한다. 이처럼 신화적 상상력으로 세계의 현상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던 시기에 아낭케는 ‘운명으로서의 필연’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철학적 사유가 생겨남에 따라 아낭케는 일종의 이론적인 개념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아낭케는 세계의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들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특히 철학적 개념으로서의 아낭케는 세계의 현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관점인 기계론적 관점과 목적론적 관점에 따라 상당히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기계론적 관점은, 세계에는 어떤 궁극의 목적이란 존재하지 않고 오직 기계적인 법칙만이 존재한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세계는 정교한 기계이..

독서/인문

존재와 가치를 하나로 여긴 플라톤(2015, 고3, 4월B)

현대인들에게 무엇인가가 ‘있다/없다’라는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과 무엇인가가 ‘좋다/나쁘다’라는 존재에 대한 가치 판단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특히 현대인들에게 ‘있다/없다’는 양자택일의 문제이다. 그러나 플라톤은 이와는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플라톤의 관점에는 무엇이 ‘있다/없다’라는 존재론적 판단과 무엇이 ‘좋다/나쁘다’라는 가치론적 판단이 하나로 일치되어 있다. 즉 플라톤에게 존재론적으로 ‘있다/없다’는 가치 판단의 문제인 것이다. 존재와 그 존재의 가치가 일치한다면, 특정한 존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플라톤은 그것을 ‘있음’의 ‘정도’로 보았다. 이때 ‘있다’에는 ‘존재한다’라는 측면에서 실재성의 정도와 ‘가치 있다’라는 측면에서 완전성의 정도를 모두 포함하게 된다. 따라서 ..

독서/인문

'도덕감' 개념의 등장(2009, 고3, 4월)

서양 근대 철학을 특징지은 두 가지 중요한 변수로는 무엇보다도 자연과학의 발달과 자아의 발견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학이 우리에게 보여 주는 것은 과학적 지식의 세계, 즉 현상세계에 국한된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변수에 주목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자아의 발견이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로부터 시작된 ‘주관성의 철학’은 이제 생각하는 주체(자아)와 생각되는 대상(세계)의 분리를 가져왔고, 이로써 근대 철학은 ‘주관이 어떻게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알 수 있는가?’라는 과제를 가지고 씨름하는 인식론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철학은 그 출발에서부터 불가피하게 회의론과 불가지론(不可知論)을 내포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인식론은 주-객이 아직 분리되지 않았던 ‘낙원(모두 하나가 되어 ..

독서/인문

플라톤을 중심으로 본, 텍스트와 철학(2009, 고3, 3월)

철학자들 중에는 쓰기와 읽기에 대하여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책을 멸시하고 책을 통해 얻은 지혜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가짜라고 생각하였다. 책에 대한 이러한 태도의 근원에는 플라톤이 있다. 플라톤은 글쓰기에 대한 혐오감을 누구보다 분명하게 표현한 철학자였다. 그런데 ‘플라톤은 글을 쓰다가 죽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많은 글을 썼고, 어떤 철학자보다도 치밀하게 다듬어진 저작들을 남겼다. 그럼에도 플라톤이 글쓰기 또는 ‘쓰인 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플라톤은 문자가 언제나 그렇게 좋은 것만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는 살아 있는 가르침을 받고 그것을 암송하여 자기 것으로 내면화했을 때 참된 지혜에 이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문자로 기록된..

독서/인문

플라톤의 이데아(2005, 고3, 3월)

플라톤은 최선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보다 먼저 이 세계에 있는 모든 대상들이 지닌 성질을 정확하게 인식해야만 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대상은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신도 마음대로 어쩌지 못하는, 그 자신만의 고유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이성은 그 대상을 인식하기 위하여, 우선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을 오려 내어 하나의 고정치로 확정지어야 한다. 대상의 바로 이런 고정화된 모습을 플라톤은 이데아(idea)라 부른다. 플라톤의 이데아는 초기 작품에서는 ‘개별적 사물의 공통된 모습’으로, 원숙기의 작품에서는 ‘진정한 존재, 영원불변한 어떤 실체’로 규정된다. ‘개별적 사물의 공통된 모습’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을 예로 들어 보자. 우리는 인간이 무엇인가를 규정..

독서/인문

'변화'에 대한 그리스 철학자들의 관심(2017, 고2, 11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변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들은 변화라는 현상의 실재(實在) 자체에서부터 종류, 원인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의문을 제기하였고,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러 학문적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먼저 헤라클레이토스는 모든 것이 항상 변화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는 그 믿음을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란 말로 표현했다. 새로운 강물이 끊임없이 흘러들기 때문에 같은 강물에 다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불꽃이 끊임없이 흔들리듯이 항상 변화하고 있는 ‘불’을 세계의 근원적 요소로 보았다. 반면 파르메니데스는 변화라는 현상 그 자체를 부정했다. 그는 ‘존재하는 것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인식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