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리드(Thomas Reid, 1710~1796).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from 위키백과

 

 

㉠ 멈춰 있는 흰 공에 빨간 공이 부딪쳐 흰 공이 움직였다고 하자. 흄은 빨간 공이 흰 공에 부딪친 사건과 흰 공이 움직인 사건 사이에 인과 관계가 성립하기 위한 세 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원인이 결과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있어야 하고, 원인과 결과가 시공간적으로 이어서 나타나야 하며, 원인과 결과 사이에 ‘항상적 결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항상적 결합이란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방식으로 공이 움직여 부딪친다면, 같은 식으로 공들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리드는 위 사례와 같이 흄이 말하는 세 가지 조건이 성립하는 경우에도 인과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는 오직 자유 의지를 가진 행위자만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행위자 인과 이론에서 리드는 원인을 ‘양면적 능력’을 지녔으며 그 변화에 대한 책임이 있는 존재로 규정하였다. 양면적 능력은 변화를 산출하거나 산출하지 않을 수 있는 능동적인 능력이다. 그리고 행위자는 결과를 산출할 능력을 소유하여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그 변화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이다. 리드는 진정한 원인은 행위자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빨간 공이 흰 공에 부딪쳤을 때 흰 공은 움직일 수만 있을 뿐 움직이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빨간 공은 행위자일 수 없다.

경험론자인 리드의 관점에서 보면 관찰의 범위 내에서 행위자는 오직 인간뿐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흰 공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빨간 공을 굴렸고 흰 공이 움직였다면 그 사람은 행위자이고 흰 공이 움직인 것은 결과에 해당한다. 리드는 이와 같이 결과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양면적 능력을 발휘해야 하며, 행위자의 의욕이 항상적으로 결합해야 한다고 보았다. 리드는 의욕이 정신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보았다. 이와 관련해 결과를 발생시킨 양면적 능력의 발휘에 결합한 의욕이 또 다른 양면적 능력의 발휘로 나타난 것이며 그것은 또 다른 의욕을 필요로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주장과 관련해 리드는, 의욕과 같은 정신의 내재적 활동은 행위자의 양면적 능력의 발휘인 ‘의욕을 일으킴’과 그것의 결과인 의욕 자체를 구별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는 의욕을 일으킴의 경우에는 행위자의 능력 발휘 자체가 의욕이므로 또 다른 의욕이 필요치 않음을 나타낸다. 그런데 의욕과 사건이 항상적으로 결합한다고 보는 리드의 견해에 대해서는 사건의 원인이 행위자가 아니라 의욕이라는 반론이 가능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리드는 항상적 결합만으로는 인과의 필연성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논리로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했다.

리드는 ⓐ ‘기회 원인’의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당시에는 중세 철학의 영향으로 어떤 철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을 비롯한 사건들의 진정한 원인은 오직 신뿐이며, 행위자는 기회 원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기회 원인은 일상적으로는 마치 원인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진정한 원인이 아닌 것이다. 리드는 이러한 입장을 경험주의 관점에서 배격했다. 그는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행위자의 의욕과 행위뿐이며 행위에 신이 개입하는 것은 경험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신이 사건의 진정한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리드는 궁극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행위자에게 달려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인간의 주체적 결단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 2022학년도 3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14~17번.

(출전) 김종원, ‘리드의 행위자 인과 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