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셨군요? 맹자님.

 

 

도덕적 규범을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하여 실천할 때,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에서 선택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유학에서는 이런 문제를 ‘상도(常道)’와 ‘권도(權道)’로 설명하고 있다. 상도는 일반 상황에서의 원칙론으로서 지속적으로 지켜야 하는 보편적 규범이고, 권도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상황론으로서 그 상황에 일시적으로 ⓐ 대응하는 개별적 규범이다.

도(道)는 인간 존재의 형이상학적 원리와 인간이 생활 속에서 따라야 하는 행위 규범을 동시에 담는 개념이다. 상도는 도를 인간의 도덕적 원리로 연결한 인(仁), 의(義), 예(禮)와 같은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도덕규범이다. 상도를 근거로 상황 변화에 알맞게 대응할 때 도가 올바르게 구현될 수 있는데, 이때 권도가 필요할 수 있다.

맹자는 권도를 일종의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서 ⓑ 해법으로 제시한다. 맹자는 “남녀 간에 주고받기를 직접 하지 않음은 예(禮)이고, 형제의 부인이 물에 빠지면 손으로 구하는 것은 권(權)이다.”라고 하였다. 남녀 간에 손을 잡지 않는 것은 상도에, 형제의 부인을 손으로 구하는 것은 권도에 해당하는데, 여기서 권도는 특수한 상황에서 부득이 한 번만 사용하는 것으로, 높은 경지의 상황 판단력을 요한다. 상황의 위급한 정도 등을 고려하여 가능한 모든 방안 중 스스로 선택한 것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될 때에만 권도가 합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권도의 합당성은 실행의 동기와 사건의 결과를 바탕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위의 맹자의 말에서는 권도에 해당하는 규범이 상도인 ‘예’의 내용과 반대되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어, 권도가 상도에 반하거나 또는 예가 아니라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맹자의 관점에서 상도와 권도는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은 달라도 결국 모두 도이다. 권도는 도를 굽힌 것이 아니라 도를 구현하는 과정에서의 방법의 차이일 뿐이다. 위의 상황에서 남녀 간에 손을 잡는 행위 자체는 상도에 맞지 않는 것이지만, 그 행위는 결국 생명을 구하여 도를 실천한 올바른 결정이라는 것이다.

맹자는 현실 상황에 맞는 행위로서 권도를 강조하지만 동시에 상도를 권도의 기반으로 보며 매우 중시했다. 왜냐하면 인간이 자신의 본질인 상도를 따르면 옳고 그름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맹자는 상도의 토대 위에서 권도를 활용하도록 하였다.

 

 

@ 2022학년도 4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4~9번 (가)

(출전) 오석원, 「유가의 상도와 권도에 관한 연구」

 

○ 함께 출제된 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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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길의 주화론(2022, 고3, 4월)

병자호란 당시 청이 조선에 제시한 강화 조건은 조선이 ⓒ 고수해 왔던 명에 대한 의리, 곧 대명의리를 부정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에 ㉠ 척화론자들은 대명의리를 지켜야 하므로 청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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