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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경제 활동 또는 경제적 성과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생산과 관련된 여러 지표들을 비교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지표들은 한 국가의 경제 규모뿐만 아니라 경제의 특성, 장ㆍ단 기적 발전 가능성 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비교 가능한 지표 들 중 한 국가의 생산량을 잘 보여주는 것이 국내총생산, 국내 순생산, 국민총생산이다.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은 일정 기간 동안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재화 및 용역의 금전적 가치를 합한 것으로, 기간은 보통 1년으로 한다. 국내총생산의 ‘생산(P, product)’이란 생산량의 ‘부가 가치’의 총합을 말한다. 부가 가치란 각 생산자의 최종 생산량에서 중간에 쓰인 투입량을 뺀 가치이다. 빵을 파는 제과점의 1년 매출액이 3,000만 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때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밀가루, 달걀 등 각종 재료와 연료, 전기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중간 투입물을 사는 데에 2,000만 원이 들었다면 제과점은 결국 1,000만 원의 가치만 부가적으로 생산한 것이다. 중간 투입물의 가치를 빼지 않고 각 생산자의 최종 생산량을 더하면 어떤 부분은 중복 계산되어 실제 생산량이 크게 부풀려진다. 제과점 주인이 방앗간에서 생산한 밀가루를 샀으므로 제과점과 방앗간의 생산량을 그대로 더하면 밀가루 가격이 두 번 계산되는 셈이다. 또 방앗간 주인이 농부에게 서 밀을 샀으므로 제과점, 방앗간의 생산량에 농부의 생산량까지 보태면 밀의 가격은 세 번 계산된다. 그래서 부가된 가치만을 더해야 제대로 된 생산량이 나오는 것이다.


국내총생산의 ‘총(G, gross)’은 무슨 뜻일까? 생산량을 계산할 때, 생산하는 과정에서 자본재가 소비되면서 하락한 가치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시 제과점을 예로 들면 오 븐, 반죽기 등이 자본재에 해당되는데, 이러한 기계는 밀가루와 달리 생산물에 직접 들어가지는 않지만 계속 사용함에 따라 마모되어 경제적 가치가 ⓐ 떨어진다. 이를 가리켜 감가상각이라 한다. 국내총생산에서 자본재의 감가상각을 뺀 것을 ‘국내순생산(NDP, net domestic product)’이라고 부른다. 국내순생산은 생산에 필요한 중간 투입물과 감가상각을 모두 빼고 계산한 수치이기 때문에 한 나라의 경제적 성과를 국내총생산보다 더 정확하게 알려준다. 그러나 보통 국내순생산보다 국내총생산을 더 많이 쓰는 이유는 감가상각을 계산하는 방법에 대한 의견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내총생산의 ‘국내(D, domestic)’는 무슨 뜻일까? 여기서 국내는 한 나라의 국경 안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 나라의 국경 안에 있는 생산자가 그 나라의 국민이나 기업이 아닐 수도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모든 생산자가 자국에서 생산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도 된다. 외국에 공장을 지어 생산하는 기업도 많고, 외국에서 일자리를 얻어 일하는 사람도 많다. 한 나라의 국경 안에서 나오는 생산량이 아니라, 한 나라의 국민과 그 나라의 기업이 생산한 생산량 전체는 ‘국민총생산(GNP, gross national product)’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외 국 기업이 많이 들어와 있지만 자국 기업은 외국에 많이 진출하지 않은 캐나다, 브라질, 인도의 경우는 국내총생산이 국민총 생산보다 더 크다. 반면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 기업보다 외 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이 더 많은 스웨덴, 스위스는 국민총생산이 국내총생산보다 더 크다.


보통 국내총생산(GDP)이 국민총생산(GNP)보다 더 자주 쓰인다. 단기적으로 볼 때 한 나라 안의 생산 활동 수준을 더 정확히 알려 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경제가 갖는 장기적 저력을 측정하기에는 국민총생산이 더 효과적이다. 자국민과 자국 기업의 생산량이 그 나라의 지속적인 생산 능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나라가 이웃 나라보다 국민총생산이나 국내총생산이 더 크다고 할 때, 단순히 인구가 더 많기 때문에 그러한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한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생산적인지를 알고 싶다면 국내총생산이 나 국민총생산을 1인당 생산량으로 환산하여 살펴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런데 국내총생산과 국민총생산은 일부의 생산량을 포함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거나 돈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재화나 용역은 제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영세한 자급농이나 주부의 가사 노동이 그 사례 에 해당한다. 개발도상국의 영세한 자급농은 자기가 생산한 농산물 대부분을 자체 소비하고 시장에 내다팔지 않아서 그들의 농산물은 총생산량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주부의 가사 노동은 시장 밖에서 생산될 뿐만 아니라 돈으로 계산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국내총생산이나 국민총생산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러한 부분도 반영하여 경제 활동을 살피려 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출전) 「경제학 강의」(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