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비를 할 때 벌어들인 소득 전부를 지출하지 않고 일부를 저축하기도 하고, 대출을 받아 자신이 벌어들인 소득보다 많이 지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적금에 가입해 미래에 있을 지출에 대비하거나 대출을 받아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여러 해에 걸쳐 대출금과 이자를 ⓐ상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소비는 여러 기간에 걸친 자금의 흐름을 고려하여 이루어진다. 따라서 저축과 대출 등의 금융 행위와 그것의 수익과 비용을 결정하는 이자율은 소비 계획의 결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이자율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2기간 소비 모형’을 가정하자. 가상의 소비자 K는 1기와 2기의 두 기간만 생존하며, 1기와 2기에 각각 소득 M1과 M2를 얻는다. 이때 1기 소비 지출액과 2기 소비 지출액의 합은 K가 전 기간에 걸쳐 벌어들일 총소득을 넘어설 수 없다. 또한 소비 지출액이 증가할수록 효용[각주:1]은 증가하며, K는 한 시기의 소비 지출액만 지나치게 많은 것보다 각 시기의 소비 지출액이 균등한 것을 ⓑ선호한다.

  

<그림 1>

 

<그림 1>은 이자율이 r일 때 K의 최적 소비 계획을 나타낸 것이다. <그림 1>의 예산선은 K가 총소득을 전부 지출할 때 소비할 수 있는 소비 계획들을 ⓒ연결한 선으로, 초기 부존점[각주:2] (M1, M2) 를 지나는 우하향 직선으로 나타난다. 이때 예산선의 기울기는 이자율에 의해 결정 된다. 예를 들어, K가 1기에 r의 이자율로 100만 원을 빌린다면 1기에 소비할 수 있는 금액은 100만 원만큼 늘어나지만, 반대로 2기에 소비할 수 있는 금액은 ‘(1 + r) × 100만 원’만큼 줄어든다. 따라서 이자율이 r인 경우 예산선은 기울기가 (1 + r)인, 초기 부존점을 지나는 직선이 된다. 이때 초기 부존점 왼쪽의 예산선은 저축할 때, 오른쪽의 예산선은 돈을 빌릴 때 선택 가능한 소비 계획들을 의미한다.


<그림 1>의 무차별곡선은 효용이 동일한 K의 소비 계획들 을 연결한 선으로, 볼록한 모양의 우하향 곡선으로 나타난다. 이때 좌측 아래의 무차별곡선보다 우측 위의 무차별곡선일수록 더 높은 효용을 나타내는데, 이는 매 시기의 소비가 많을수록 효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즉 (M1, M2)를 지나는 무차별 곡선보다 (C1, C2)를 지나는 무차별곡선이 우측 위에 나타나므로, (M1, M2)에 비해 (C1, C2)가 효용이 더 높은 소비 계획이다. 이는 (C1, C2)의 매 시기 소비 지출액이 (M1, M2)에 비해 더 ⓓ균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K는 예산선과 무차별곡선이 접하는 지점인 (C1, C2)에서 최적 소비 계획을 결정한다. 즉 (C1, C2)를 ⓔ 제외한 예산선상의 다른 소비 계획들과 예산선 아래쪽의 소비 계획들은 (C1, C2)보다 효용이 작기 때문에 선택되지 않으며, 예산선 위쪽의 소비 계획들은 K의 총소득 범위를 넘어가므로 더 효용이 높지만 선택할 수 없다. 그러므로 K는 (C1 - M1)을 대출하여 (C1, C2)의 소비 계획을 선택한다.


이제 이자율 변화가 K의 소비 계획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이자율이 상승한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자율의 기울 기는 - (1 + r)이므로 이자율이 상승하면 예산선의 기울기가 가파르게 변화한다. 따라서 이자율 상승 시 예산선은 초기 부존점을 기준으로 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그림 2>

  

<그림 2>는 이자율 상승에 따른 K의 최적 소비 계획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이 그림에서 무차별곡선과 예산선 이 접하는 지점이 변화한 것을 통해 K는 이자율이 상승하면 1기 소비 지출액과 대출액을 줄이는 방향으로 최적 소비 계획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가 최적 소비 계획을 바꾼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이유는 ㉠ 이자율이 상승함에 따라 2기 소비에 대한 1기 소비의 상대적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K는 2기 소비를 늘리고, 상대적으로 가치가 하락한 1기 소비를 줄인다. 이렇게 1기와 2기 소비의 상대 가치 변화로 인해 최적 소비 계획이 변하는 효과를 대체효과라고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 상환해야 할 대출 이자가 늘어 K의 총소득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총소득 감소에 따라 K는 1기 소비 지출액과 2기 소비 지출액을 모두 줄이는 방향으로 최적 소비 계획을 변경한다. 이렇게 총소득 변화에 따라 최적 소비 계획이 변하는 효과를 소득효과라고 한다.


따라서 이자율이 상승한 경우 대체효과와 소득효과로 인해 K는 1기 소비 지출액을 줄인다. 2기 소비 지출액은 대체효과 와 소득효과가 상충되므로 각 효과의 상대적 차이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림 2>는 대체효과가 소득효과보다 커서 2기 소비 지출액이 증가한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이처럼 2기간 소비 모형을 통해 이자율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가 소비를 결정하는 데 있어, 현재의 소득만이 아니라 미래에 자신이 벌 것으로 예상하는 소득과 두 시기를 연결하는 매개 변수인 이자율을 고려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 서승환, 「미시경제학」

  1. 효용 : 소비자가 소비 행위를 통해 얻는 만족을 수치로 나타낸 것. [본문으로]
  2. 초기 부존점 : 저축이나 대출 등 금융 행위가 불가능할 때의 소비 계획.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