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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는 토지를 빌려주고 얻는 대가를 말한다. 지대의 개념과 성격에 관한 논의는 고전경제학파의 리카도로부터 이론적으로 정교화되기 시작했다. 그의 차액지대론은 지대가 발생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가령, 어떤 나라의 A, B, C 지역에 쌀 생산에만 쓰이는 토지가 있는데 그 비옥도에 차이가 있어 각 지역 토지에서의 쌀 한 가마당 생산비가 5만 원, 6만 원, 8만 원이라고 하자. 여기서 생산비는 투입한 노동과 자본에 대한 대가로, 쌀의 가격은 생산비와 일치하는 것으로 본다. 이 나라의 쌀 수요량이 적어서 A 지역 토지의 일부만 경작해도 그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때 전국의 쌀 한 가마당 가격은 A 지역 토지에서의 쌀 생산비인 5만 원에서 결정될 것이다. 그런데 쌀 수요량이 증가하게 되면 어느 순간 A 지역 토지들로 모자라 B 지역 토지도 경작 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때 B 지역 토지를, 경작되는 토지 가운데 가장 열악한 땅이라는 의미에서 한계지라 부른다. B 지역 토지가 한계지가 되면 전국의 쌀 한 가마당 가격은 6만 원으로 결정된다. 이에 따라 A 지역 토지를 경작하는 사람들은 5만 원을 들여 6만 원을 벌 수 있어 쌀 한 가마당 1만 원의 소득을 추가로 얻게 된다. 이 소득은 사람들로 하여금 A 지역 토지를 이용하려는 경쟁을 유발하고 지주에게 땅을 빌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더 높은 지대를 제시하게 함으로써, 지대는 결국 기존의 A 지역 토지 경작자들의 추가 소득인 1만 원으로 결정될 것이다. 쌀 수요량이 더 늘어나서 C 지역 토지가 한계지가 되면 ㉠ A 지역 토지의 지대는 더 오르고, B 지역 토지에도 지대가 형성된다. 결국 쌀의 가격은 한계지에서의 쌀 생산비가 되고, 한계지보다 비옥도가 높은 토지들의 지대는 그 토지에서의 쌀 생산비와 한계지에서의 쌀 생산비의 차액이 되는 것이므로, 더 열악한 땅이 한계지가 될수록 쌀 가격은 오르고 그에 따라 지대도 오르게 된다.


이와 같이 ⓐ 리카도는 지대를, 토지 생산물의 가격에서 생산비를 뺀 나머지, 즉 잉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지대를 토지 생산물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비용이 아니라 토지 생산물의 가격이 오름으로써 얻게 되는 불로소득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이런 고전경제학파의 지대론에 입각해 헨리 조지는 지대 전액을 조세로 걷어야 한다는 지대 조세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고전경제학파에 이어 등장한 초기 신고전경제학파는 지대를 잉여나 불로소득으로 간주하는 고전경제학파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보았다. 그래서 초기 신고전경제학파의 ⓑ 클라크는 토지를 노동이나 자본과 같은 생산 요소의 하나로 보고, 지대를 ‘한계생산이론’에 입각하여 새롭게 정의했다. 이 이론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다수인 완전경쟁시장을 전제로 생산 요소의 가 격은 그것의 한계생산가치, 즉 생산 요소 한 단위를 추가함으로써 얻게 되는 생산량 증가분만큼의 가치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토지의 임대 가격인 지대도 토지로부터 얻게 되는 생산물의 생산량 증가분만큼의 가치를 반영한 것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로써 지대를 토지가 생산에 기여한 정도를 반영한 정당한 대가로 보고 토지를 노동이나 자본과 별개로 취급하는 고전경제학파의 관점을 비판했다.


리카도와 클라크의 논의는 신고전경제학파의 ⓒ 마셜의 이론으로 이어진다. 마셜은 초기 신고전경제학파의 한계생산이론을 발전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고전경제학파의 지대론을 재해석함으로써, 자신의 이론을 전개했다. 우선 마셜은 생산 요소를 생산량이 변함에 따라 투입량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변 생산 요소와 그렇지 않은 고정 생산 요소로 나누고 그에 대한 비용을 각각 가변 비용, 고정 비용이라 정의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생산량을 늘리거나 줄이기 위해 즉각적으로 투입량을 조절할 수 있는 노동이나 자본은 가변 생산 요소이다. 그러나 토지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큰 규모의 필지를 특정 시기에 목돈을 지불하여 빌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투입량을 즉각적으로 조절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토지를 빌려 생산량을 늘리 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토지는 단기적으로는 고정 생산 요소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변 생산 요소로 볼 수 있다. 한편 마셜은 생산자의 행위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생산물 한 단위를 더 늘리는 데 필요한 비용의 추가분 즉, 한계 비용이 생산물 한 단위의 가격과 같아지도록 생산량을 결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한계 비용 은 생산량을 결정하는 데 관여하는 비용이므로 생산량을 늘리거나 줄임에 따라 즉각적으로 변할 수 있는 가변 비용에 한해서만 논의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지대는 단기적으로는 생 산량에 관여하는 한계 비용으로 볼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마셜은 지대를 생산에 기여하는 비용으로 보는 초기 신고전경제학의 관점과, 임금이나 이자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보는 고전경제학파의 관점을 자신의 이론 안으로 수용할 수 있었다.


또한 마셜은 지대를 순전히 자연의 혜택으로 인한 것으로 한정하면서 리카도의 차액지대론이 인위적 요소가 개입될 수 있는 토지의 비옥도를 지대 발생의 원인으로 보았다고 비판하였다. 그러는 한편 그는 토지 이외의 요소에도 지대 개념을 확장하여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를테면 마셜은 공장, 기계 등 고가의 자본 설비의 경우에는 그것을 이용하는 대가가 지대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준(準)지대’라고 하였다. 이런 요소도 토지처럼 공급을 쉽게 늘릴 수 없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고정 생산 요소지만, 장기적으로는 가변 생산 요소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마셜은 이전까지의 지대론을 정교화하고 현대 지대론으로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 이정전, 「토지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