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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투입량을 계속 늘려 나가면 어느 단계에 가서는 산출량의 증가율이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왔다. 이것을 ‘수확 체감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곡물이나 철과 같은 재화가 중심이 되었던 산업 사회 경제에서는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투입 요소가 늘어남에 따라 산출량도 초기에는 늘어날 수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점점 노동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도 많고, 노동의 조직화나 경영의 효율성도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국은 수확 체감이라는 벽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수확 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게 되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적절한 선에서 생산 규모를 설정할 것이기 때문에, 이 제품의 시장에는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여러 기업들이 들어와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좋은 제품을 좀 더 싼 가격에 내놓을 수 있는 기업이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보 기술 시대에 들어서면서 투입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산출량이 그 이상으로 증가하는 ‘수확 체증의 법칙’이 여러 산업 분야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생산의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산출물의 평균 비용*이 감소하는 현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특히 정보 기술 시대를 대표하는 정보 산업, 소프트웨어 산업, 문화 산업, 서비스 산업 등은 초기 개발 비용은 많이 들지만 생산량이 증가해도 추가 비용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전형적인 수확 체증의 현상이 나타나는 산업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수확 체증의 현상은 이와 같은 공급의 측면뿐 아니라 수요의 측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의 수확 체증 현상은 흔히 ‘네트워크 외부성’으로 인해 생긴다. 네트워크 외부성이란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제품의 가치도 덩달아 커져서 그 제품을 생산한 기업에게 대가 없이 의도치 않은 혜택을 주게 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네트워크 외부성이 나타날 경우, 이미 시장을 선점한 기업은 제품의 생산을 계속 늘려가도 수확 체증의 법칙에 따라 이윤이 줄어들지 않는다.


이처럼 수확 체증의 법칙이 작용하는 시장에서 기업은 시장 규모가 허락하는 선까지 생산 규모를 확대하면서, 경쟁 기업을 시장에서 완전히 몰아내려고 할 것이다. 또한 네트워크 외부성이 나타나면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상당히 유리한 지위를 갖게 되어, 신규 기업은 제품의 질이나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매우 어렵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품질이나 가격에 의한 경쟁이 힘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정보 기술 시대에는 산업 사회 시대의 방식에 따라 경제를 예측하고 설명하는 것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평균 비용: 상품 한 단위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


― 최정규, 『정보화가 가져 온 새로운 차원의 불확실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