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2008 (40)

독서/인문

영웅 신화가 만들어지고 전승되는 과정과 메커니즘(2008, 9월모평)

영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어떻게 신비화되고 통속화되는가, 영웅에 대한 기억이 시대에 따라 어떤 변천을 겪는가를 탐구하는 것은 ‘더 사실에 가까운 영웅’의 모습에 다가서려는 이들에게 필수적이다. 영웅을 둘러싼 신화가 만들어지고 전승되는 과정과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특히 국민 정체성 형성에 그들이 간여한 바를 추적함으로써, 우리는 영웅을 만들고 그들의 초상을 새롭게 덧칠해 온 각 시대의 서로 다른 욕망을 읽어 내어 그 시대로부터 객관적인 거리를 획득한다. 무릇 영웅이란 죽고 나서 한층 더 길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며, 그런 사후 인생이 펼쳐지는 무대는 바로 후대인들의 변화무쌍한 기억이다. 잔 다르크는 계몽주의 시대에는 ‘신비와 경건을 가장한 바보 처녀’로 치부되었지만, 프랑스 혁명기와 나폴레옹 집권기..

독서/기술

디지털 영상 처리 기술(2008, 9월모평)

누구나 좀 더 멋있게 보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꿈은 적어도 디지털 사진 속에서라면 쉽게 이룰 수 있다.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를 사 하면 실제 모습보다 날씬해 보이도록 할 수도 있고 주근깨를 지워서 달리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일은 대부분 디지털 영상 처리라는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컴퓨터 안에서 영상을 구성하는 점인 수많은 화소의 집합으로 저장되고, 각각의 화소는 숫자로 표현된 밝기 값과 색상 값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영상 처리란 각 화소의 밝기 값과 색상 값에 일정한 규칙을 적용하여 영상의 밝기와 색상은 물론 크기, 양, 질감까지도 변화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설명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서 8비트 해상도, 즉 0부터 255 까지의 밝기..

독서/과학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2008, 고3, 7월)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고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체내에서 포도당을 화학적으로 분해하면서 방출되는 에너지를 세포가 일을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형태로 저장하는 과정을 세포호흡이라고 한다. 이때 에너지를 생산하는 역할을 맡은 주인공이 미토콘드리아다. 이 때문에 미토콘드리아가 고장나면 세포는 에너지가 부족해 죽음에 이른다. 말하자면,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의 생사(生死)를 결정짓는 셈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우리 몸속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장에서 흡수된 포도당은 세포 내로 이동하여 더 잘게 부서져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 내막 안으로 이동한 뒤, 수소이온을 내놓는다. 그런 다음 조효소인 NAD가 수소이온을 2개씩 실어(NADH2), 수소이온 펌프를 통하여 미토콘드리아 내막 ..

독서/인문

고대 유가의 '관계의 안' 팽창(2008, 고3, 7월)

공자·맹자·순자로 대표되는 고대 유가(儒家)들은 사회의 개선과 현실의 구원을 고민하면서 도덕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사회는 자신을 둘러싼 ‘관계의 안’을 확장시켜 공동체와 일체를 이루는 사회였다. 그런데 이러한 도덕적 이상사회에 대한 꿈은 현실의 욕망에 부딪히면서 실현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타인을 배척하고 약탈하는 소인들의 창궐로 ‘관계의 안’은 축소․고립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고대 유가들은 사적 이익의 추구라는 개인적 욕망에 대해 해명할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고대 유가들은 인간의 욕망을 자연적인 사실로 인정했다. 또 그들은 학문 추구와 도덕적 삶의 즐거움에 대한 욕망도 실재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대 유가들은 자연적·..

독서/사회

시장에서의 '외부효과'(2008, 고3, 7월)*

일상생활에서 한 사람의 경제활동은 다른 사람의 경제활동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고 이러한 영향은 대부분의 경우 시장가격에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경제활동이 뜻하지 않게 다른 사람에게 혜택이나 손해를 주는데도 이것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운전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길거리에 배기가스를 배출한다. 또한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악취를 유발할 수 있다. 이처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제삼자에게 영향을 끼치고도 이에 대해 대가를 받지도 치르지도 않는 것을 ‘외부효과’라 한다. 제삼자에게 끼친 혜택이나 손해가 그 성격상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없는 특징을 가졌기 때문에 ‘시장의 외부’에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이는 시장의 밖에 존재하기에 가격이 형성되지도 않고 시..

독서/독서이론・언어

접속.내포.생략.대동사화.대명사화(2008, 고3, 7월)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문장들은 그 구조로 볼 때, 단일 명제로 구성된 단문(홑문장)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명제들이 결합된 복합문(겹문장)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만약 우리가 단일 명제로 된 문장들만을 사용하게 된다면 명제들의 계층적 결합 관계를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의 측면에서도 대단히 비경제적인 일이 된다. 또한, 여러 문장들이 내포한 총체적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명제들을 결합하는 방식에는 접속에 의한 결합과 내포에 의한 결합의 두 가지 방식이 흔히 사용된다. 접속에 의한 결합 방식은 두 개 이상의 명제들을 연결할 때 사용되는데, 다음 예문은 접속에 의하여 두 개의 명제를 결합한 문장이다. 철수는 과자를 좋아하지만 영희는 사과를 좋아한다.접속에 의한 결..

독서/예술

미술에서의 차용(借用)(2008, 고3, 7월)

차용(借用)은 창작을 중시하는 예술 세계에서, 과거에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녔다. 개인의 독창성이 담긴 원작만이 진품이고, 이를 차용하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거부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특히 현대 미술에서는 다양한 양태의 차용이 성행한다. 피카소의 「시녀들」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뒤샹의 「L.H.O.O.Q」는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차용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술적으로 ‘허용이 되는 차용’과 ‘허용이 되지 않는 차용’을 구분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일반적으로 위조와 표절은 ‘허용이 되지 않는 차용’, 패러디와 패스티시는 ‘허용이 되는 차용’으로 구분된다. 위조는 작품 제작의 내력을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속이려는 의도가 필수적이다. 표절은 타인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으로 제시하는 행위로..

독서/기술

반도체 트랜지스터와 열(2008, 고3, 7월)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통화를 한 지 10여 분, 휴대전화의 열기 때문에 귀가 뜨겁다. 전자제품에서 나는 열은 대부분 핵심부품인 반도체칩에서 발생한다. 반도체칩에서 발생하는 열은 이미 100W/㎠를 넘어 섰다고 한다. 손톱만한 칩이 손바닥만한 100W 전구보다 더 뜨겁다는 얘기이다. 2010년에는 손톱만한 칩에서 1000W/㎠의 열이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반도체칩과 열은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반도체칩은 트랜지스터가 수없이 많이 집적된 회로다. 트랜지스터는 3개의 전극(소스, 게이트, 드레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정한 조건하에서 게이트가 소스에서 드레인으로 전류를 흘려주거나 끊어줌으로써, 트랜지스터가 논리적 연산을 수행한다. 반도체칩 기술은 소자 크기를 축소해 집적도*를 높이며 발전해왔다..

독서/사회

조세전가(2008, 6월모평)

정부는 조세를 부과해 재정 사업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 그런데 조세 정책의 원칙 중 하나가 공평 과세, 즉 조세 부담의 공평한 분배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얼마의 조세를 부과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특정 조세에 대한 납부자를 결정하게 되면 조세법을 통해 납부 의무를 지운다. 그러나 실제로는 납부자의 조세 부담이 타인에게 전가되는 현상이 흔히 발생하는데, 이를 ‘조세전가(租稅轉嫁)’라고 한다. 정부가 볼펜에 자루당 100원의 물품세를 생산자에게 부과한다고 하자. 세금 부과 전에 자루당 1,500원에 100만 자루가 거래되고 있었다면 생산자는 총 1억 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해 손실을 입게 될 생산자는 1,500원이라는 가격에 불만을 갖게 되므로 가격을 100원 더 올리려고 한다...

독서/기술

난간의 건축 미학(2008, 6월모평)

우리의 전통 가옥이나 누정, 사찰, 궁궐의 건축물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난간(欄干)이다. 선인들의 작품에 ‘난간에 기대어’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나올 정도로 난간에는 우리 조상들의 삶의 숨결과 미의식이 깃들어 있다. ⓐ자칫 소홀하게 여길 수 있는 거주 공간의 끝자락에서도 선인들은 여유와 미감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난간은 ⓑ원래 사람들의 추락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마루, 계단, 다리 등에 설치되었다. 우리의 전통 건축물이 대부분 목조 양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석조 난간보다는 목조 난간이 널리 설치되었다. 목조 난간은 일반 민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질박하고 수수한 난간에서부터 멋과 미감을 살린 계자(鷄子) 난간으로 발전되어 갔다. 민가에서 주로 보이는 보통의 난간이 특별한 장식 없이 널빤지만으로 ..

독서/기술

국제 표준 도량형을 만들기 위한 노력(2008, 6월모평)

㉠현대 산업 체계에서 도량형의 통일된 표준이 없다면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18세기 말부터 국제적인 표준을 만들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졌다. 1791년에 처음으로 프랑스 과학아카데미는 북극에서 파리를 지나 적도까지 이르는 자오선 길이의 1000만분의 1을 ‘1미터’라고 정의하였다. 그러나 자오선 길이는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이 정의에 따라 ㉡눈금자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 뒤 1875년에 미터 조약이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서 1889년에 열린 제1차 국제도량형총회(CGPM)는 안정성 높은 백금-이리듐 합금 막대로 제작된 ‘미터 원기(原器)’를 새 표준으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국제 미터 원기는 온도나 압력에 따라 물리적 특성이 변하거나 훼손될 경우, 원래와..

독서/사회

연민의 의미와 가치(2008, 6월모평)

현대인은 타인의 고통을 주로 뉴스나 영화 등의 매체를 통해 경험한다. 타인의 고통을 직접 대면하는 경우와 비교할 때 그와 같은 간접 경험으로부터 연민을 갖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현대 사회는 사적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주문한다. 이런 존중의 문화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지나친 무관심으로 변질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현대 사회는 소박한 연민조차 느끼지 못하는 불감증 환자들의 안락하지만 황량한 요양소가 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연민에 대한 정의는 시대와 문화, 지역에 따라 가지각색이지만, 다수의 학자들에 따르면 연민은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생긴다. 먼저 타인의 고통이 그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우연히 닥친 비극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그 비극이 언제든 나를 엄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독서/과학

신기루 발생 원리(2008, 6월모평)

신기루는 그 자리에 없는 어떤 대상이 마치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나 신기루는 환상이나 눈속임이 아니라 원래의 대상이 공기층의 온도 차 때문에 다른 곳에 보이게 되는 현상이다. 찬 공기층은 밀도가 크고 따뜻한 공기층은 밀도가 작다. 이러한 밀도 차이는 빛이 공기를 통과하는 시간을 변화시키는데, 밀도가 클수록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이 때 공기층을 지나는 빛은 밀도가 다른 경계 면을 통과하면서 굴절한다. 따라서 신기루는 지표면 공기와 그 위 공기 간의 온도 차가 큰 사막이나 극지방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뜨거운 여름, 사막의 지표면은 쉽게 햇볕을 받아 가열되고, 지표면 공기는 그 위층의 공기에 비해 쉽게 뜨거워진다. 뜨거운 공기는 차가운 공기에 비해 밀도가 작은데, 이러한 밀도 차이에..

독서/인문

소크라테스의 패러독스에 대한 하이데거의 답(2008, 고3, 4월)

소크라테스가 한 젊은이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질문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전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질문을 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진리를 알지 못하는 우리는 어떻게 해서 진리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것일까?” 소크라테스는 우리의 영혼이 천상의 이데아계에서 진리를 배웠지만 지상에서 삶을 얻으면서 진리를 망각하게 되었으며, 그럼에도 진리를 어렴풋이나마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것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천상에 이데아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고 있는 우리 현대인에게 소크라테스의 설명은 농담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패러독스(paradox)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 것일까. 철학자 하이데거는 이런 패러독스에 답하는 형식으로 사색..

독서/독서이론・언어

자음과 모음의 깊은 상관성(2008, 고3, 4월)

인간의 언어는 말소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인간이 입으로 발화하는 말소리는 자연계의 소리나 기계의 소리와는 다른 점이 있다. 언어마다 조금씩 차이는 나지만 공통적인 것은 자음과 모음으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음과 모음을 서로 상반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자음과 모음은 서로 깊은 상관성을 갖는 경우가 많다. 현대 국어에서 ‘돕다, 덥다’와 같은 말을 활용하면, 즉 어간에 ‘-어/아’를 붙이면 각각 ‘도와, 더워’와 같이 된다. 한국어로 강아지 짖는 소리는 ‘멍멍’인데 이 말은 ‘멍+멍’이다. 영어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방법을 사용하여 ‘bow’를 두 번 써서 나타낸다. 그렇다면 ‘bowbow’가 되어야 할 텐데 실제로는 ‘bowwow’이다. ‘b’가 우리말의 ‘우’와 비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