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현대 산업 체계에서 도량형의 통일된 표준이 없다면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18세기 말부터 국제적인 표준을 만들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졌다. 


1791년에 처음으로 프랑스 과학아카데미는 북극에서 파리를 지나 적도까지 이르는 자오선 길이의 1000만분의 1을 ‘1미터’라고 정의하였다. 그러나 자오선 길이는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이 정의에 따라 ㉡눈금자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 뒤 1875년에 미터 조약이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서 1889년에 열린 제1차 국제도량형총회(CGPM)는 안정성 높은 백금-이리듐 합금 막대로 제작된 ‘미터 원기(原器)’를 새 표준으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국제 미터 원기는 온도나 압력에 따라 물리적 특성이 변하거나 훼손될 경우, 원래와 똑같이 복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는 자연 대상을 바탕으로 언제든지 복원 가능한 표준을 새로 개발할 필요가 있었다. 


20세기 과학의 발달로 원자 수준의 현상에 대한 정밀 측정이 가능해졌다. 원자는 내부에 일정한 에너지 준위(準位)들이 형성되어 있다. 이때 원자 안의 전자가 높은 준위에서 낮은 준위로 전이될 때 방출되는 복사선들은 각각 불변하는 고유의 파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1960년 제11차 총회는 크립톤이라는 원자에서 나오는 오렌지색 복사선의 파장을 길이의 표준으로 정의하였다. 


“미터는 크립톤-86 원자의 2p10과 5d5 준위 간의 전이에 대응하는 복사선의 진공 중 파장의 1 650 763.73배와 같은 길이이다(CGPM, 1960).”

(주: 국제표준단위계(SI)는 큰 수를 3자리씩 구분하여 적음)

그러나 이 정의도 크립톤 램프에서 나오는 빛의 세기가 약하므로 실제로 활용하려면 여전히 어려움이 많았다. 


1960년대 이후 개발된 레이저 빛은 멀리까지 퍼지지 않고 직진하기 때문에 길이 측정에 유용함이 입증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의 속력은 항상 일정하므로, 레이저를 이용하여 빛의 속력을 길이 표준에 이용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이 의견은 1983년 제17차 총회에 반영되어 미터 정의가 현재와 같이 개정되었다.  


“미터는 빛이 진공에서 299 792 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경로의 길이이다(CGPM, 1983).”

여기서 빛의 속력이 정확한 값으로 고정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속력을 정하려면 이동 거리와 시간을 측정해야만 했다. 그런데 측정은 항상 오차를 가지게 마련이므로 측정으로 표준을 정하면 값을 확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측정된 빛의 속력은 299 792 458(1.2)m/s라는 식으로 복잡하게 표현되었는데 여기서 괄호는 측정 불확정도를 나타내었다. 그러나 새로운 정의에서 빛의 속력은 불확정도가 0인 정확한 값으로 규정된다. 그 대신 길이의 정의에 따라 속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빛의 속력을 기준으로 길이를 정의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