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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통화를 한 지 10여 분, 휴대전화의 열기 때문에 귀가 뜨겁다. 전자제품에서 나는 열은 대부분 핵심부품인 반도체칩에서 발생한다. 반도체칩에서 발생하는 열은 이미 100W/㎠를 넘어 섰다고 한다. 손톱만한 칩이 손바닥만한 100W 전구보다 더 뜨겁다는 얘기이다. 2010년에는 손톱만한 칩에서 1000W/㎠의 열이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반도체칩과 열은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반도체칩은 트랜지스터가 수없이 많이 집적된 회로다. 트랜지스터는 3개의 전극(소스, 게이트, 드레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정한 조건하에서 게이트가 소스에서 드레인으로 전류를 흘려주거나 끊어줌으로써, 트랜지스터가 논리적 연산을 수행한다.


반도체칩 기술은 소자 크기를 축소해 집적도*를 높이며 발전해왔다. 칩 안에 트랜지스터를 더 많이 집적하기 위해 트랜지스터 크기를 작게 하면, 전자의 이동 통로가 짧아져 이동 속도가 빨라지고 그만큼 연산 속도도 빨라진다. 하지만 반도체칩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수가 늘면 늘수록 발생하는 열이 많아지는 것이 문제이다. 열이 발생하면 트랜지스터의 저항이 커져 전류의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전기신호가 지연돼 회로의 정확도가 떨어져 오작동을 일으킨다. 반도체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잡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반도체칩을 설계하는 과학자들의 철학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열을 줄이는 설계를 가장 큰 목표로 삼고, 그 다음으로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발상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줄이기 위해 트랜지스터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 그 대표적인 예다.


트랜지스터에서 열이 발생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트랜지스터의 소스와 드레인 사이에 흐르는 전류의 양은 게이트와 소스 사이에 걸리는 전압에 의해 조절된다. ㉡게이트가 소스에서 드레인으로 향하던 전자들을 잡는 수문장 역할을 하는 셈이다. 수문장의 검문을 피해 게이트를 통과한 전자들은 트랜지스터에서 열을 발생시키는 주범이었다. 그런데 소스와 드레인 전극 사이의 거리가 짧아지자 게이트의 검문을 받기도 전에 소스에서 드레인으로 빠져버리는 전자가 많아졌다. 그만큼 누설되는 전류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일본의 히사모토 박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류가 소스에서 드레인으로 흐르는 실리콘 통로 위아래에 게이트를 2중으로 배치하는 ‘이중게이트’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누설되는 전류를 잡는 수문장을 두 배로 늘린 셈이다. 나아가 미국의 콜린즈 교수는 게이트 전극이 전류통로 전체면을 감싸는 구조인 ‘전면게이트’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수문장이 통로 전체를 지키고 있어서, 누설 전류를 막아 트랜지스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는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 집적도 : 단위면적당 트랜지스터의 개수


― 최양규, <태양보다 뜨거운 반도체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