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윤리학 (26)

독서/인문

윤리학의 핵심 과제 : 정당화와 동기화(2013, 고3, 3월B)

‘노인을 공경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윤리적 가치이다. 이러한 가치의 실천은 동기에서 비롯한다. 이 지점에서 윤리학의 핵심 과제 두 가지가 도출된다. 하나는 도덕 원칙이나 규칙 혹은 윤리적 행위의 가치를 입증하는 정당화 과제이며, 다른 하나는 이러한 가치를 실천하도록 행위를 유인하는 동기화 과제이다. 정당화 과제는 무엇이 정당하며, 왜 정당한가를 따지는 일이며, 동기화 과제는 실천을 이끌어내기 위해 어떻게 인도하고 유인할 수 있는지를 다루는 일이다. 이 둘은 윤리학의 쌍두마차인데, 시대에 따라 윤리학이 주력한 과제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경향을 보였다. 근대 이전의 윤리학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정당화의 기반을 특정한 형이상학에 두고 있다. 또한 이 시대의 윤리학은 특정한 공동체를 현실..

독서/인문

공자가 제안한, 군자에 의한 정치(2012, 9월모평)

공자가 살았던 춘추 시대는 주나라 봉건제가 무너지고 제후국들이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전쟁을 일삼던 시기였다. 이러한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자는 예(禮)를 제안하였다. 예란 인간의 도덕적 본성을 그 사회에 맞게 규범화한 것으로 단순히 신분적 차이를 드러내거나 행동을 타율적으로 규제하는 억압 장치는 아니었다. 예는 개인의 윤리 규범이면서 사회와 국가의 질서를 바로잡는 제도였으며, 인간관계를 올바 르게 형성하는 사회적 장치였다. 공자는 예에 기반을 둔 정치는 정명(正名)에서 시작한다고 하며, 정명을 실현할 주체로서 군자를 제시하였다. 정명이란 ‘이름을 바로잡는다’라는 뜻으로,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군주는 군주다운 덕성을 갖추고 그에..

독서/인문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우애'(2011, 고3, 7월)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우애(philia)’란 선의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필수적인 것이라고 했다. 우애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무생물이어서는 안 되고, 또한 상대가 자신의 선의에 응답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무생물은 생명이 없기에 선의 또한 있을 수 없으며, 주기만 하는 사랑은 주는 사람의 일방적 선의로만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애의 형태로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이득을 위한 우애, 둘째는 쾌락을 위한 우애, 셋째는 선의에 의한 즉, 상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바탕을 둔 우애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득이나 쾌락을 위한 우애는 완전한 우애가 될 수 없다. 이득을 위해서 친구를 사귀는 사람들은 상대방을 위해서가 ..

독서/인문

공동체적 도덕의식을 강조한 맥킨타이어(2011, 고3, 3월)

개인적 자유주의자는 개인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이므로 자유로운 선택과 합의에 의해서만 자신을 강제하는 도덕적 의무를 진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들은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질 뿐, 다른 사람의 행위나 자신의 힘이 닿지 않는 데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에는 공동체적 도덕의식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공동체주의자의 한 사람인 맥킨타이어는 현대 사회가 개인적 자유주의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현대의 도덕 철학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윤리학을 거부하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윤리학의 ㉡복권을 통해 개인적 자유주의를 극복하려고 시도한다. 목적론적 윤리학에서는 최고 선(善)인 행복을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적으로 설정하고, 덕(德..

독서/인문

전통적 공리주의(2010, 9월모평)

전통적 공리주의는 세 가지 요소에 기초하여 성립하는 대표적 윤리 이론이다. 첫째, 공리주의는 행동의 윤리적 가치가 행 동의 결과에 의존한다는 결과주의이다. 행동은 전적으로 예상되는 결과에 의해서 선하거나 악한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행 동의 결과를 평가할 때의 유일한 기준은 바로 행동의 결과가 산출할, 계산 가능한 ‘행복의 양’이다. 이에 따르면 불행과 대비하여 행복의 양을 많이 산출할수록 선한 행동이 되며, 가장 선한 행동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산출하는 것이다. 셋 째, 행동을 하기 전 발생할 행복의 양을 계산할 때 개개인의 행복을 모두 동일하게 중요한 것으로 간주하므로 어느 누구의 행복도 다른 누구의 행복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다. 그래서 두 사람의 행복을 비교할 때 오로지 그 둘에게 산출될 행..

독서/인문

유학의 택선고집, 신독, 충서(2010, 고3, 4월)

‘성(誠)’은 하늘의 도리이며, 인간은 하늘의 도리인 성실함을 본받으려고 노력하는 존재이다. 유학에서 제시한 ‘택선고집(擇善固執)’은 개인의 내면적 충실을 강조한 인격 수양의 한 방법으로 하늘의 도리인 ‘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택선’이란 선(善)을 택하는 것이고, ‘고집’이란 그것을 굳게 지켜나가는 것이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선을 선택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내재한 본성을 자각하는 인식의 단계를 의미하고, 굳게 지킨다는 것은 자각한 본성을 행동에 옮기는 실천의 단계를 뜻한다. ‘신독(愼獨)’도 개인의 내면적 충실을 강조한 유학의 덕목으로,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몸가짐을 바로하고 언행을 삼가는 것이다. 『대학』에서 ‘이른바 뜻을 성실하게 한다.’라는 것은 자기를 속이지 않는 ..

독서/인문

지행론(知行論)(2009, 수능)

조선 성리학자들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지(知)와 행(行)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들은 특히 도덕적 실천과 결부하여 지와 행의 문제를 다루었는데, 그 기본적인 입장은 ‘지행병진(知行竝進)’이었다. 그들은 지와 행이 서로 선후(先後)가 되어 돕고 의지하면서 번갈아 앞으로 나아가는 ‘상자 호진(相資互進)’ 관계에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만물의 이치가 마음에 본래 갖추어져 있다고 여기고 도덕적 수양을 통해 그 이치를 찾고자 하였다. 18세기에 들어 일부 실학자들은 지행론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였다. 홍대용은 지와 행의 병진을 전제하면서도, 도덕적 수양 외에 사회적 실천의 측면에서 행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용 후생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민생..

독서/인문

'도덕감' 개념의 등장(2009, 고3, 4월)

서양 근대 철학을 특징지은 두 가지 중요한 변수로는 무엇보다도 자연과학의 발달과 자아의 발견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학이 우리에게 보여 주는 것은 과학적 지식의 세계, 즉 현상세계에 국한된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변수에 주목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자아의 발견이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로부터 시작된 ‘주관성의 철학’은 이제 생각하는 주체(자아)와 생각되는 대상(세계)의 분리를 가져왔고, 이로써 근대 철학은 ‘주관이 어떻게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알 수 있는가?’라는 과제를 가지고 씨름하는 인식론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철학은 그 출발에서부터 불가피하게 회의론과 불가지론(不可知論)을 내포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인식론은 주-객이 아직 분리되지 않았던 ‘낙원(모두 하나가 되어 ..

독서/인문

레비나스의 '고통'(2005, 고3, 10월)

사람이 사는 곳에는 고통이 존재한다. 칸트는, 고통이 쾌락의 전제가 되고, 쾌락과 쾌락 사이에 개입하여 건강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라고 보았다. 그런가 하면 라이프니츠는 고통을, 궁극적 선을 이루기 위한 신의 섭리가 실현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였다. 비록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신이 설정한 목표에 이른다는 것이다. 고통에 대한 이러한 논의들이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목적론에 입각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고통을 인간의 실천 윤리와 관련지은 철학자가 바로 레비나스다. 그렇다면 고통은 어떻게 인간의 윤리적 측면에 관여하는 것일까? 고통을 당하는 사람은 소리를 지르거나 신음 소리를 낸다. 레비나스에 따르면 고통은 자신의 수용 범위를 넘어서는 그 어떤 것이다. 따라서 이 외침과 신음에는 ..

독서/사회

똘레랑스의 원리(2004, 고3, 10월)

‘관용’으로 번역되는 똘레랑스라는 말은 ‘견디다’, ‘참다’를 뜻하는 라틴어 ‘tolerare’에서 나왔다. 서구 사회에서 인종, 문화, 종교의 차이는 격렬한 갈등의 씨앗을 뿌렸고, 많은 희생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똘레랑스다. 1572년 기독교 구교(가톨릭)와 신교(위그노)의 갈등으로 인해 파리에서만 3,000여 명의 신교도가 구교도에 의해 희생되었고, 이후에도 그 갈등과 피해는 악순환을 불러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럽의 지식인들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입을 모아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일 것을, 즉 똘레랑스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종교간의 갈등이 진정되면서 똘레랑스를 외치는 목소리는 종교를 넘어 점차 사회 전반으로 퍼졌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 똘레랑스는 몇 가지 원리들이 바탕을 이루..

독서/인문

진정한 양심(2004, 고3, 3월)

진정한 의미의 양심은, 외부의 권위가 내면화된 권위적 양심과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프로이트가 말한 ‘초자아’가 이러한 권위적 양심에 해당하는데,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단계에서는 대체로 양심을 이런 형태로 경험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권위적 양심은 모두 부모나 학교, 국가, 사회, 교회 등을 통해서 만들어진 제도적 규범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면서 만들어진다. 이러한 권위적 혹은 초자아적인 양심은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아이에게 집요하게 캐묻고 야단치고 벌주는 외적 권위가 아이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자의식과 자율성을 키우지 못하면, 나중에는 배우자, 상관, 기업, 종교 단체, 국가 기관 등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