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에 아레니우스(S. Arrhenius)는 지구 밖에 있는 생명의 씨앗이 날아와 지구 생명의 기원이 되었다는 대담한 가설인 ‘포자설’을 처음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이 주장은 검증할 방법이 없었으므로 과학적 이론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후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밝혀 노벨상을 받은 크릭(F. Crick)이 1981년에 출판한 <생명의 출현>에서 ‘포자설’을 받아들였지만, 그의 아내조차 그가 상을 받은 이후 약간 이상해진 것이 아니냐고 말할 정도였다.


지구 밖에 생명이 있다고 믿을 만한 분명한 근거는 아직까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과학자들은 외계 생명의 존재를 사실로 인정하려 한다. 그들은, 천문학자들이 스펙트럼으로 별 사이에 있는 성운에서 메탄올과 같은 간단한 유기 분자를 발견하자, 이것이 외계 생명의 증거라고 하였다. 그러나 별 사이 공간은 거의 진공 상태이므로 생명이 존재하기 어렵다. 외계 생명의 가능성을 지지하는 또 한 가지 증거는 운석에서 유기 분자가 추출되었다는 것이다. 1969년에 호주의 머치슨에 떨어진 운석 조각에서 모두 74종의 아미노산이 검출된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기 분자가 운석에 실려 외계에서 지구로 ㉠온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편, 이와는 달리 운석이 오히려 지구상의 생명을 멸종시켰다는 가설도 있다. 한때 지구의 주인이었던 공룡이 중생대 말에 갑자기 멸종했는데, 이에 대해 1980년에 알바레즈(W. Alvarez)는 운석 충돌을 그 원인으로 추정했다. 이때 그는 ⓐ중생대와 신생대 사이의 퇴적층인 K․T층이 세계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K․T층에는 이리듐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리듐은 지구의 표면에 거의 없는 희귀 원소로, ⓓ운석에는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중생대 말에 ⓔ지름 약 10km 크기의 운석이 지구에 떨어졌고, 그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먼지가 발생하면서 수십 년 동안 햇빛을 차단한 나머지 기온이 급강하했으며, 이로 말미암아 공룡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명이 멸종되었다고 주장하였다.


화석 연구를 통하여 과학자들은 지구 역사상 여러 번에 걸쳐 대규모의 멸종이 있었음을 알아내었다. 예컨대 고생대 말에 삼엽충과 푸줄리나가 갑자기 사라졌다. 이러한 대규모 멸종의 원인에 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는데, 운석의 충돌도 그 중 하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늘날에는 생명의 원천이 되는 유기물이 운석을 통하여 외계에서 왔을 가능성과, 운석으로 인해 지구상의 생명이 멸종되었을 가능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학자들이 많다. 하지만 지구상 유기물의 생성 과정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세이건(C. Sagan)은 외계에서 온 유기물과 지구에서 만들어진 유기물이 모두 생명의 탄생에 기여했을 것이라는 절충적인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기까지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가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양하게 제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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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