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늙지 않고 살 수 있는 불로초(不老草)를 찾다가 50세에 죽었다는 진시황처럼 오래 살고 싶다는 소망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인간의 욕망이다. 현대 과학의 발달에 따라 인간이 왜 늙게 되는가에 대해 전보다 많은 것들을 알게 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노화(老化)의 비밀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채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노화를 설명하는 이론들은 많지만, 크게 ‘활성산소의 축적’과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유전자의 존재’에 관한 이론으로 대별된다. 


전자(前者)는 사람의 신체는 일생 동안 많은 유해한 자극들로 인하여 각 장기 및 기능이 약화되어 노화가 진행된다는 이론이다. 특히 활성산소가 노화의 가장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데, 활성산소란 사람이 음식물을 섭취하고 소화한 후 영양분을 산화(酸化)시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산화력이 매우 큰 산소 이온을 뜻한다. 이 활성산소는 특정 단백질과 결합해 체내 세포나 DNA에 손상을 입히고 변이를 일으키면서 노화를 촉진한다고 한다. 


사람이 들이마시는 산소 가운데 1~4퍼센트 정도가 인체에 해로운 활성산소로 남게 되는데, 한번 손상된 세포 조직 등을 완벽히 복구할 수는 없기 때문에 노화의 정복은 어려운 것으로 본다. 


다만, 활성산소를 줄이는 체내의 효소에 관계된 비타민 등을 잘 공급하고, 체내의 산소 소모량을 줄이면 활성산소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므로, 노화의 진행을 어느 정도는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동물 실험 결과 음식물의 섭취를 줄이거나 냉혈동물인 경우 낮은 온도에서 기르면 수명이 휠씬 길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사람의 경우에도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사람들의 중요한 공통점의 하나가 바로 식사를 적게 하는 습관이라는 사실 또한 산소가 노화의 주범으로서, 산소 소비량을 줄이면 장수할 수 있다는 이론을 뒷받침한다. 


노화와 관련된 또 하나의 이론은 특정 유전자가 존재하여 마치 시계가 작동하듯이 노화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세포 노화의 척도가 되는 염색체의 끝 부분에 달려 있는 텔로미어(telomere)에 노화 연구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텔로미어란, 세포의 유전자 정보가 담긴 염색체의 양 끝 부분에 달려 있는 단백질의 사슬로서 염색체를 보호하는 구실을 하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이것의 길이가 짧아지게 된다. 수많은 세포 분열의 결과 텔로미어가 다 닳아서 일정 길이 이하가 되면 세포 분열이 멈추기 때문에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세포 분열을 하는 암세포에서는 텔로메라제(telomerase)라는 효소가 발견되는데 이것이 텔로미어 길이의 단축을 막는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가 있었다. 또한, 동물 실험 결과도 텔로메라제를 만드는 유전자를 없앤 경우 수명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텔로미어가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방법을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현재까지 수명에 관련된 몇 가지 유전자가 발견되기는 하였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유전자들이 생명을 연장시키는 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아직 논란이 적지 않다. 또한 특정 유전자가 노화를 조절한다고 해도 생명 현상은 수많은 유전자들이 작용하는 복잡한 구조인데다가, 노화와 관련된 매커니즘을 완벽히 밝혀내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불로장생은 인류의 오랜 꿈이기도 하지만, 정말 실현되었을 경우 과연 행복할 것인가라는 의문도 있다. 최신 공상 과학물이나 옛 고전문학 작품에서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는 불로불사(不老不死)는 도리어 비극으로 그리고 있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는 우리 옛말도 이를 암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최성우, <상상은 미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