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 Strand: Wall Street, 1915 (1915).


19세기 초에 등장한 사진은 2차원 평면 위에 현실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회화와 비슷하지만 광학과 화학 등 기술적 특성을 지니기에 예술과 기술의 모호한 경계선상에 위치하였다. 처음의 사진은 회화의 보조적 역할을 하는 정도로 인식되었으나, 19세기 후반에 ‘픽토리얼리즘’이 등장하면서 사진으로서 독자적 예술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픽토리얼리즘은 사진도 회화와 같은 예술적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출발하였다. 픽토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작가들은 사진의 복제성을 포기하고 회화의 속성인 수공적 방법을 끌어들여 예술적 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했다. 회화적 구현의 방식으로 사진의 초점을 흐리게 하거나 인화 방식을 다양하게 하는 등의 방식을 사 용했던 것이다.


20세기 초, 사진이 갖는 기술적 특성인 기록성에 더 중점을 두고자 했던 ㉡‘스트레이트 포토’가 등장한다. ‘직접적인 사진’ 또는 ‘순수 사진’으로 불리는 스트레이트 포토를 추구하는 작가는 앵글이나 셔터, 프레임 등의 사진이 갖는 고유한 기능에 치중하려 했다. 즉, 사진에 어떠한 조작도 가하지 않고, 작가의 의도를 표현하려 했다. 미국의 폴 스트랜드는 그의 작품 「월 스트리트, 뉴욕」 에서 프레임의 설정만으로 자본주의의 부정적 속성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대형의 직사각형 창이 있는 육중한 석조 건물과 출근하는 왜소한 사람들의 모습의 대비만을 프레임에 넣어 거대한 자본의 논리에 작아지는 사람들을 표현한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오면서 디지털 기술을 통해 보다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짐으로써 ㉢‘디지털 픽토리얼리즘’이 등장하게 된다. 디지털 기술은 이미지의 합성 및 변조와 실재하지 않는 대상의 구현 등 다양한 표현을 가능하게 했고, 이러한 가능성으로 인해 작가들은 자신들의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보자면 픽토리얼리즘과 차이가 없어 보이나, 작가의 주제 의식을 보다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발견했다고도 할 수 있다.


― 박평종, <사진의 경쟁-19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