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 <그리스도의 애도>


13세기 유럽 미술은 비잔틴 미술의 영향 아래 있었다. 비잔틴 미술은 종교화의 본보기를 제시하였다. 당대의 화가는 성서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관습화된 종교적 이미지들을 배치했다. 인물은 좌우대칭이 분명해 고정된 듯한 느낌을 주었고, 아무 감정도 찾아볼 수 없는 표정과 작위적인 시선을 가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13세기 말 이탈리아에서는 이와 구별되는 회화가 나타났다. 새로운 회화의 선구자는 조토 디 본도네였다. 조토는 평면적 작품 위주였던 당시에 입체감을 표현하여, 고대 로마 미술을 마지막으로 천여 년 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회화에서의 공간을 회복시켰다. 또한 인물의 표현에서도 변화를 가져왔다. 표정 묘사와 시선 처리에서 생생한 인간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심지어 신격화되어 왔던 대상까지도 사실적이고 인간적으로 그려냈다. 


그렇다면 조토는 어떻게 당대 다른 그림보다 입체적이고 사실감 있는 회화를 이루어냈을까? 그 기반에는 사실적인 관찰이 있었다. 일례로 이탈리아의 아레나 성당에 그려진 「동방박사의 경배」에 나타난 별을 들 수 있다. 그는 핼리 혜성의 모습을 관찰했고, 이를 바탕으로 이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렇듯 그는 사물과 인간에 대해 관찰한 것을 그림에 반영해 내었다.


또한 조토는 구도를 면밀하게 고려함으로써 사실적 경향을 강조하였다. 당시의 화가들은 평면의 세부적 묘사에 치중하였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여도 서로 겹치지 않도록 모두 정면을 바라보고 있도록 하였으며, 앞뒤 인물의 크기를 비슷하게 그렸다. 그러나 조토는 뒤로 갈수록 인물과 사물의 크기를 줄여나가는 원근법을 사용하였고, 앞과 뒤의 인물이나 사물이 겹쳐지도록 표현하는 중첩법을 사용하였다. 이로써 앞에 있는 사람과 뒤에 있는 사람의 간격이 느껴지도록 하였으며 거리와 깊이를 표현할 수 있었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그의 그림은 여전히 중세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미묘하고 강렬한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한 화가였고, 이러한 그의 업적은 이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 팀 말로 외 지음, ‘세기를 빛낸 위대한 화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