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앙드레 마송, <자동데생> / (우) 르네 마그리트, <붙박힌 시간>


초현실주의는 20세기의 중요한 예술 사조 가운데 하나이다. 이는 미술뿐 아니라 문학, 연극, 영화 나아가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은 합리적인 이성의 세계를 거부하고 이성이 미치지 못하는 무의식의 영역을 탐험하고자 애썼다. 그래서 이들은 꿈에 매혹되었고, 아이들의 동심과 정신이상자들의 광기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초현실주의는 서로 다른 두 개의 큰 흐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처음 등장한 초현실주의 예술가 집단은 ‘자동기술법’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 기법은 떠오르는 생각을 의식의 통제 없이 가능한 빨리 받아쓰거나 그리는 것이다. 후앙 미로와 앙드레 마송으로 대표되는 이들은 자동기술법을 통해 의식에 전혀 물들지 않은 순수한 이미지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 했다. 자동기술법은 의식의 작용이 멈춘 상태에서 붓 가는 대로 그리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작품에서 실제의 사물이나 사람 혹은 풍경들과의 형태적인 연관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연속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바로 그림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이들 중에 ㉠예술가가 창조 행위의 주체여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무의식의 단순한 매개자가 되어 버린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회의를 갖게 되었다.


그 후에 등장한 초현실주의 예술가 집단은 경이롭고 낯선 이미지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들은 일상적인 사물들을 전혀 엉뚱한 곳에 배치하는 것을 좋아했다. 시인 로트레아몽은 자신의 시구 중에서 ‘수술대 위에서 재봉틀과 우산의 우연한 만남’을 예로 들며 아름다움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런 낯설고 놀라운 이미지들은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의 감각에 강하게 작용했다. 마그리트, 달리, 델보 등은 ‘데페이즈망’을 통해 사물과 풍경의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 이것들을 마치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처럼 낯설게 표현하였다. ‘데페이즈망’은 어떤 물건을 본래 있던 곳에서 떼어내어 뜻하지 않은 곳에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갖게 하는 기법으로, 이 집단에 속한 예술가들의 중요한 표현 방법이 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의식의 간섭 없이 무의식을 표현해야 한다는 초현실주의의 원칙에서는 벗어난 것이었지만, 의식 너머의 세계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이들은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노선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밖에도 많은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은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오브제, 콜라주, 프로타주 등 다양한 방법들을 계속 실험하였다. 하지만 의식의 지배에서 벗어나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 결국 초현실주의는 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무렵 거의 와해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시도했던 다양한 표현 방법들은 이후 현대 예술의 전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자동기술법은 미국의 추상 표현주의로 이어져 중요한 자취를 남겼으며, 데페이즈망 역시 현대 조형 예술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개하는 데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 진중권, ‘초현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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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이미지 작품 설명[각주:1]

앙드레 마송의 <자동데생>은 자동기술법으로 그려져서, 처음 볼 때는 뒤엉킨 선들만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팔, 다리, 손, 눈, 얼굴 등이 뒤섞여 자유롭게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르네 마그리트의 <붙박힌 시간>은 데페이즈망 기법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벽난로, 시계, 기차는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입니다. 그러나 이 사물들이 배치되어 있는 구도는 우리를 당혹스럽게 합니다.

  1. 딸림 문제 중 24번 문항의 <보기>에서 발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