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 <페어블라슴 고속도로>


실제 대상을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재현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기존의 사진과는 달리, ‘메이킹 포토그래피’(Making Photography)는 콜라주* 기법이나 설치 미술 또는 회화적 요소를 활용하여 대상을 변화시키거나 아예 처음부터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찍은 사진을 말한다. 이는 1980년대 들어 포스트모더니즘 미술과 함께 본격적으로 전개된 하나의 사진 예술이라 할 수 있다.


1980년대 메이킹 포토그래피 작품을 만든 작가로는 데이비드 호크니가 있다. 그의 작품 ㉠<페어블라슴 고속도로>는 많은 사진들로 구성된 콜라주 작품이지만 그 구성이 자연스러워 마치 고속도로가 있는 어떤 장면을 한 시점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작품을 구성하는 사진들을 세밀하게 살펴보면 서로 다른 시점에서 찍은 사진들을 이어나가면서 고속도로를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감상자들의 시선은 전체의 모습을 보다가도 다시 각각의 사진을 들여다보기 위해 움직이게 된다. 더욱이 각각의 사진들은 시점은 물론이거니와 크기나 방향마저 제각각인데다가 중첩되어 있어 시선의 이동을 불편하게 한다. 호크니가 의도한 것은 바로 이러한 시각적 혼란이었다.


카메라는 르네상스 시대에 고안된 원근법의 체계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 과정에서 탄생되었다. 그래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언제나 원근법 체계로 구성된 세상을 보여 준다. 따라서 카메라를 통해서는 대상을 한 시점으로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호크니는 대상을 다양한 시점을 가진 ‘사진’으로 분해하여 재구성하였고, 이를 통해 2차원의 평면인 사진으로 3차원의 공간감을 주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또한 1980년대 메이킹 포토그래피를 주도한 작가 중 한 명은 샌디 스코글런드이다. 그녀의 작품은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먼저 콘티*를 ⓐ짜고 무대를 설치한 후, 무대에 배치될 소품들과 형상들을 조각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각에 색을 칠하고 다시 정교하게 배치한 다음, 사람을 무대에 올리고 사진을 찍는다. 그녀는 이런 과정을 통해 일종의 가상적 무대를 설정하고, 물질문명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인간에 대한 경고, 환경 파괴에 의해 닥쳐올 공포에 대한 암시 등 다양한 주제를 표현하고자 했다.


㉡메이킹 포토그래피는 사진의 표현 영역을 넓히고 새로운 전망을 제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사진이 아니다.’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함께 받았다. 그러나 사진의 다양한 예술성을 보여주는 데 기여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 콜라주 : 근대 미술에서, 화면에 종이․인쇄물․사진 따위를 오려 붙이고, 일부에 가필하여 작품을 만드는 일.

* 콘티 : 촬영이나 연출을 위해 각본을 기초로 하여 장면의 내용을 상세히 기술한 것.


― 정한조, 「사진 감상의 길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