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제시되는 시각적 정보는 이미지 트랙에, 청각적 정보는 사운드 트랙에 ⓐ실려 있다. 이 중 사운드 트랙에 담긴 영화 속 소리를 통틀어 영화 음향이라고 한다. 음향은 다양한 유형으로 존재하면서 영화의 장면을 적절히 표현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음향은 소리의 출처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화면 안에 음원이 있는 소리로서 주로 현장감을 높이는 소리를 ‘동시 음향’, 화면 밖에서 발생하여 보이지 않는 장면을 표현하는 소리를 ‘비동시 음향’이라고 한다. 한편 영화 속 현실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소리, 즉 배경 음악처럼 영화 밖에서 조작되어 들어온 소리를 ‘외재 음향’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영화 속 현실에서 발생한 소리는 모두 ‘내재 음향’이다. 이러한 음향들은 감독의 표현 의도에 맞게 단독으로, 혹은 적절히 ⓑ합쳐져 활용된다.


음향은 종종 인물의 생각이나 심리를 극적으로 제시하는 데 활용된다. 화면을 가득 채운 얼굴과 함께 인물의 목소리를 들려주면 인물의 속마음이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인물의 표정은 드러내지 않은 채 심장 소리만을 크게 들려줌으로써 인물의 불안정한 심정을 표현하는 예도 있다. 주인공의 심장이 요동치는 소리가 관객에게 그대로 들릴 때, 관객은 자신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의도적으로 소리를 없앨 수도 있다. 이른바 ‘데드 트랙(Dead Track)’은 강렬한 인상의 음향만큼 효과적이다. 갑자기 의도적으로 소리를 제거한 영상이 나올 때, 관객은 주의를 집중하여 화면을 더 자세히 보게 된다. 이로써 인물이 처한 상황에 ⓒ빠져들게 되어 인물의 심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음향은 장면을 자연스럽게 잇는 접착제로도 쓰인다. 뒷장면이 제시될 때까지 앞장면의 소리를 지속시키거나 앞장면의 끝부분부터 뒷장면의 음향을 미리 사용하면 장면 사이의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메울 수 있다. 장면과 장면의 소리가 ⓓ겹쳐지게 할 수도 있다. 가령 아침에 알람 소리와 함께 시계로 손을 뻗는 인물의 모습을 제시한 후, 오후에 전화벨 소리와 함께 전화기로 손을 뻗는 동작을 보여주면 두 장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영화의 화면이 누군가의 얼굴이라면 음향은 그 사람의 목소리이다. 목소리를 듣지 않고 표정만으로는 그 내면을 온전히 알기 어렵듯, 음향이 빠진 화면만으로는 관객이 그 화면에 담긴 내적 의미를 ⓔ알기 어렵다. 이처럼 음향은 영화의 장면 및 줄거리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주제나 감독의 의도를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 구경은, 『영화와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