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튜어트 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 현상이나 사회 현상에 인과 관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인과적 사고는 이와 같이 어떤 일이 발생하면 거기에는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원인을 찾아내는 방법을 밝혀내고자 한 사람으로 19세기 중엽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있다. 그는 원인을 찾아내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하였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일치법과 차이법이다.


일치법은 어떤 결과가 발생한 여러 경우들에 공통적으로 선행하는 요소를 찾아 그것을 원인으로 간주하는 방법이다. 가령 수학여행을 갔던 ○○ 고등학교의 학생 다섯 명이 장염을 호소하였다고 하자. 보건 선생님이 이 학생들을 불러서 먹은 음식이 무엇인지 조사해 보았다. 다섯 명의 학생들이 제출한 자료를 본 선생님은 이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먹은 유일한 음식이 돼지고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때 선생님이 돼지고기가 장염의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바로 일치법을 적용한 예이다.



일치법은 위와 같은 도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X는 원인을 알고 싶은 결과이고, a, b, c, d, e, f는 여러 가지 선행하는 요소를 뜻한다. a는 X가 일어나는 모든 경우에 공통되는 유일한 요소이므로 a가 X의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차이법은 결과가 나타난 사례와 나타나지 않은 사례를 비교하여 선행하는 요소들 사이의 유일한 차이를 찾아 그것을 원인으로 추론하는 방법이다. 인도네시아의 연구소에 근무하던 에이크만은 사람의 각기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닭의 질병을 연구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병에 걸린 닭들 중에서 병이 호전된 한 마리의 닭을 발견하고는 호전의 원인이 무엇인 지를 찾아보고자 하였다. 그 결과 병이 호전된 닭과 호전되지 않은 닭들의 모이에서 나머지는 모두 같았으나 유일한 차이가 현미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즉 병이 호전되지 않은 닭들은 채소, 고기, 백미를 먹었으나 병이 호전된 닭은 추가로 현미를 먹었던 것이다. 이렇게 모이의 차이를 통해 닭의 병이 호전된 원인을 현미에서 찾은 에이크만의 사례는 바로 차이법을 적용한 예이다.


일치법과 차이법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원인 식별 방법이지만 이 방법을 사용하여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점에 주의해야 한다. 즉 선행하는 요소들을 충분히 검토하였는지, 밝혀진 요소 이외에 드러나지 않은 다른 요소는 없는지, 누락된 요소 또는 인식하지 못해 누락시킨 요소는 없는지를 세심하게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우연히 선후 관계로 일어난 현상을 인과 관계로 오해하거나, 하나의 원인이 야기한 두 가지 현상을 각각 원인과 결과로 오판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