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자유주의자는 개인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이므로 자유로운 선택과 합의에 의해서만 자신을 강제하는 도덕적 의무를 진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들은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질 뿐, 다른 사람의 행위나 자신의 힘이 닿지 않는 데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에는 공동체적 도덕의식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공동체주의자의 한 사람인 맥킨타이어는 현대 사회가 개인적 자유주의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현대의 도덕 철학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윤리학을 거부하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윤리학의 ㉡복권을 통해 개인적 자유주의를 극복하려고 시도한다. 목적론적 윤리학에서는 최고 선(善)인 행복을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적으로 설정하고, 덕(德)을 그 선에 도달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덕은 선을 이루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선을 구성하는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것이다.
맥킨타이어는 덕이 실천 활동을 통해 획득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때 실천은 그 활동에 ㉢내재하고 있는 선들이 그 활동을 통해 실현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실천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성립된 협동적인 활동을 말한다. 그러므로 활동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선들을 실현하는 활동이라 하더라도 자기가 속한 공동체와의 연관성이 없을 때는 덕을 획득하기 어렵다고 본다. 결국 맥킨타이어는 실천에서 공동체성이 중요한 의미를 띤다고 본다.
그렇다면 실천에서 왜 공동체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가? 이를 설명하기 위해 맥킨타이어는 삶을 ‘이야기’ ㉣양식으로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 개인의 삶은 어느 한순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한 편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탄생, 삶, 죽음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는 그가 속한 공동체의 역사 속에 존재한다. 개인은 공동체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며, 그가 속한 공동체는 다른 공동체와 상호 작용을 한다. 이러한 과정은 공동체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개인의 행위는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
맥킨타이어는 개인적 자유주의가 강조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 공동체적 도덕의식의 중요성을 ㉤환기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맥킨타이어의 주장에 따르면 공동체에서 개인이 져야 할 책임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또한 도덕적 책임에 대한 개인의 자율적 판단이 지나치게 제한될 수도 있다.
― 맥킨타이어, ‘덕의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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