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복잡한 생물도 하나의 수정란으로부터 시작된다. 생명체는 단순한 상태에서 복잡한 상태로 발전하며, 수정란에서 출발하여 세포의 증식, 분화, 형태 형성의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을 ‘발생’이라 한다.


정자와 난자가 융합된 수정란의 형성 과정에서 난자는 모태가 된다. 난자는 ‘식물 반구’와 ‘동물 반구’로 이루어져 있다. 식물 반구는 양분 분자들이 농축된 난황이 있어 주로 저장의 역할을 하는 부분이며, 동물 반구는 세포의 소기관들이 많이 분포해 주로 대사 활동을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양서류의 경우에는 식물 반구의 피질에는 색소가 없고, 동물 반구의 피질에는 색소가 많으며, 내부 세포질에는 색소가 적게 분포되어 있어 수정란의 발생 과정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정자가 동물 반구로 진입해 융합되면, 색소들이 정자 진입지점 주변으로 모여 검은 점을 이룬다. 이 때, 동물 반구의 피질이 진입 지점 방향으로 약 30°정도 회전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나 수정란 안쪽의 세포질은 피질과 함께 회전하지 않기 때문에 정자 진입 지점 반대쪽에 있는 동물 반구 경계 부위의 세포질 부위가 노출된다. 이 부분이 회색의 초승달 모양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부분을 ㉠‘회색신월환’이라고 한다.


1920년대 독일의 생물학자 슈페만은 도롱뇽의 알을 가지고 발생을 연구하였다. 그는 수정란 하나는 회색신월환이 양쪽으로 나뉘도록 묶고, 다른 하나는 이것이 한쪽에만 있도록 묶었다. 그 결과 회색신월환이 둘로 나뉘어 포함된 수정란의 경우 는 발생의 단계가 각각 진행되어 두 세포 모두가 정상적인 발생 과정을 보여주었으나, 나머지 회색신월환이 없이 묶인 것은 정상적인 발생 과정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실험 결과는 회색신월환에 정상적인 발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포질이 재배열하면서 만들어진 회색신월환에는 포배기*의 다음 단계가 시작하도록 세포 이동을 지시하는 요소가 있다. 이 회색신월환의 요소가 세포들에 이동 신호를 보내면 내배엽, 외배엽, 중배엽의 배엽층이 만들어지는 발생의 과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내배엽은 소화기와 호흡기 등이 되고, 외배엽은 신경계와 피부 등이 된다. 또 중배엽은 혈관이나 뼈 등의 신체기관이 된다. 회색신월환은 단세포인 수정란이 일련의 과정을 거쳐 신체기관의 조직으로 분화하는 계기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포배기: 수정란이 세포분열한 후 표면에 층을 만들어 배열하고 가운데 부분에 빈 공간이 만들어지는 시기


― 이광웅 외, '생명 생물의 과학'